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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불수학’ 되풀이에 문과생은 속수무책…“공교육서 대비 불가”

등록 2022-12-08 16:56수정 2022-12-09 01:13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1월17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1월17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이과 통합으로 두번째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전년도에 비해 국어는 매우 평이하고 수학은 ‘불수학’ 수준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점자는 지난해보다 2명 늘어난 3명으로 모두 자연계열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상위권에서 수학이 절대적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이과생들의 인문계열 전공 교차지원 현상이 지난해보다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8일 발표한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으로 지난해 149점보다 15점이나 떨어졌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으로 지난해 147점보다 2점가량 낮아지는 데 그쳤다. 수능은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표준점수로 9개 등급을 산출하는데,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가고, 쉬워지면 내려간다.

국어가 쉽게 출제되면서 최고점을 받은 학생도 371명으로 지난해(28명)의 약 13배에 달했다. 수학은 지난해와 난이도는 비슷한 반면, 최고점 학생은 지난해(2702명)의 3분의 1 수준인 934명에 그쳤다.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비율은 7.83%로 지난해(6.25%)보다 소폭 늘어났다.

입시업계에서는 “수학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1점까지 벌어지고 상위권에서 국어 변별력은 지난해에 견줘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불수학’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수학에 강점을 가진 이과생들이 문과생에 견줘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평가원이 공개한 채점 결과를 보면, 국어 변별력은 지난해에 견줘 크게 낮아지고 수학 변별력은 지난해와 유사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 1등급 커트라인 점수는 126점으로 1등급 구간 점수차는 8점이다. 역대 두 번째로 어려웠다는 지난해 점수차는 18점이었는데 점수차가 커질수록 최상위권~상위권 학생간 변별력이 강화됐다고 본다. 반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 1등급 커트라인 점수는 133점으로 1등급 구간 점수차가 12점으로 지난해(10점)보다 오히려 커졌다.

국어와 수학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11점으로 벌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에서 국어의 변별력은 크게 낮아졌지만 수학은 ‘킬러 문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지난해만큼 변별력이 확보됐다”며 “국어에서 만점을 받고도 수학 상위권에게 뒤처지기 때문에 이과 학생이 문과에 교차지원하면 문과 학생은 속수무책”이라고 분석했다.

영어도 전반적으로 변별력 있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영어 1등급 비율(7.83%)이 지난해(6.25%)보다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12.66%에 달했던 2021학년도에 견줘보면 크게 낮은데다 2등급과 3등급 비율은 각 18.67%, 21.75%로 지난해보다 2.97%포인트, 3.41%포인트 줄어들었다. 인원으로 보면 1등급은 7000명 늘고 2·3등급은 2만8736명 줄어들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상위권에서 영어의 변별력이 지난해보다 증가하면서 중상위권 수험생들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올해도 교육계에서는 공교육 수업만으로는 수능 수학을 충분히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능 출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수학 46개 문항 가운데 17.4%에 이르는 8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 출제됐다”며 “수능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대상으로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과정 위배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어와 수학 과목 난이도 격차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국어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감안해서 적정 난이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난도 문항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 같다”며 “(향후에는) 큰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형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이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되면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똑같이 전체 문항 정답을 맞히더라도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올해도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를 비공개하기로 했지만,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특히 수학의 경우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과 다른 과목(미적분, 기하)을 선택한 수험생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3점 정도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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