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6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 이후 교육부가 잇따라 대책으로 내놓았던 ‘김건희 방지법’들이 반년 넘게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월 대학의 장이 요청하거나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논문 표절 조사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 훈령인 ‘연구윤리확보를위한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으나, 후속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김건희 여사의 국민대학교 박사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표절 의혹 때처럼 대학이 논문 검증을 회피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훈령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훈령 개정을 위해선 행정예고 이후 자체 규제심사,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월에 규제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고 행정예고를 했다가, 2개월 뒤인 4월 내부 규제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재행정예고를 했다. 이후 다시 자체 규제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했음에도 5개월이 되도록 특별한 이유 없이 열지 않았다. 반면 개정안이 재행정예고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4월 행정예고된 ‘교육부 소관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고시(안)이나 ‘교육시설 등의 소방시설 실태조사에 관한 규정’ 제정안은 등은 이미 4월과 6월 절차가 완료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규제개혁위 위원 일정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일상적인 절차’임을 강조했다. 교육부 규제개혁 업무 담당자는 “이미 4월에 규제심의위원회에서 심사를 하였는데, 이후 규제가 추가되면서 다시 새로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늦은 편이라고)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김건희 방지법’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월 교육부는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사실을 확인한 국민대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상반기 내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전임 교원을 뽑을 때, 기초심사 단계에서 학력·경력 사항이 제출서류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은 4월 입법예고 했지만, 규제 심사 절차가 누락되면서 다시 입법예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전임교원이 인사기록에 부정한 기재 등을 하거나 거짓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될 경우 면직할 수 있는 법적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절차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임용령 개정안을 완료한 뒤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임용령이 완료되지 못해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며 “인력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 (연내 개정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특정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들이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신속·공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숙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기대와는 달리 뚜렷한 사유 없이 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본조사 실시를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이제 교수협의회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숙대는 1999년 제출된 김 여사의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석사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해 지난 2월 예비조사에 착수한 뒤 3월 본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교협은 대학본부가 스스로 만든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대학본부가 규정에 따라 본조사에 착수하고 공정한 조사를 걸쳐 표절 의혹에 대한 판정을 마무리할 것을 요청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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