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고 불송치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허위경력으로 겸임교수가 된 김 여사의 임용을 취소하라는 교육부 감사 결과에 불복해 국민대가 청구한 행정심판도 4개월이 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기약 없는 ‘시간끌기’로 국민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4월25일 국민대가 청구한 행정심판에 대해 123일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심판은 정부의 처분이 부당한지 여부를 소송보다 신속하게 확인하는 제도다. 행정심판법 제45조를 보면 ‘피청구인 또는 위원회가 심판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위원장 직권으로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늦어도 90일 내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이 조항에 따라 김 여사 허위이력에 대한 행정심판은 지난달 마무리되어야 했지만 이날까지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행정심판위는 “행정심판이 일률적으로 90일 안에 결론이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쟁점이 많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은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교육부와 국민대는 행정심판위에 각각 감사 결과와 청구 취지 등에 대한 근거 자료를 2차례씩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위는 현재 이를 보완할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교육부와 국민대에 요청한 상태다. 행정심판위 관계자는 “추가 요청한 자료를 받고 나서도 법리적 쟁점을 검토하는 등의 작업이 남았기 때문에 (최종) 결론이 언제쯤 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행정심판 양 당사자인 교육부와 국민대 역시 느긋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안건이) 밀려 있어서 늦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국민대 관계자는 “(행정심판위로부터)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대의 청구는) 법적 처리기간을 넘기기 일쑤인 행정심판을 악용해 이 사안을 국민적 관심으로부터 차츰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얼마 전 국민대가 김 여사의 논문 표절에 대한 터무니 없는 조사 결과를 1년 가까이 끌다가 내놓았듯이, 이번 행정심판 청구 결과도 계속 지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식에 부합한 처리를 요구하는 국민의 관심은 ‘시간끌기’로 덮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월25일 교육부는 국민대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 여사가 2014학년도 1학기 겸임교수 임용 당시 이력서에 쓴 학력과 경력이 사실과 다름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는 경력사항에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시간강사/산학겸임교원’을 ‘부교수(겸임)’로, 학력사항에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를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허위 기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교육부가 직접 대학의 비전임 교원 임용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교육부는 국민대에 김씨의 지원서 학력·경력사항을 다시 검증하고 임용취소 등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요구했다. 국민대는 이에 불복하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