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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코딩 학원비, 한달 4회 40만원…돌발 정책에 학부모들 한숨

등록 2022-08-24 05:00수정 2022-08-24 19:00

학부모들 ‘평가방식 불투명’ 난색
“필수화 땐 울며 겨자 먹기 사교육”

학원가, 상담 확대 등 기대감 반색
“학교론 한계…입시·진학 도움 안돼”
전문가들 “문해력 차원으로 접근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8월22일 기준 교육부 뉴스 발표. 초·중·고 코딩 시험 도입…학교에선 기초 코딩이라고 해서 그냥 입문만 합니다. 초 4~6학년, 중 1~2학년생이라면 나아가 고입·대입까지 생각한다면 전문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교육부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초·중학교에서 코딩(프로그래밍) 교육을 필수화하겠다는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23일 한 학원 정보 공유 카페에는 코딩 학원을 홍보하는 글이 올라왔다. 스스로를 대기업 출신 아이티(IT) 전문가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코딩 교육 필수화와 초·중학교의 정보교과 시수 2배 이상 확대 소식을 전하며 “앞으로 정보교육은 늘어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블록코딩은 입시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학원에서 본격적인 ‘기술 실무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원가는 ‘제2의 코딩 붐’ 기대

22일 정부의 코딩 교육 강화 방안 발표 뒤 학원가에서는 2018년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이후 다시 한번 ‘코딩 붐’이 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경기도 성남의 한 코딩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상담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몇해 전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로) 코딩이 교육과정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도 문의가 상당했던 만큼 이번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학부모들이 코딩을 잘 모르는데 교육과정에 포함되면 불안하니까 상담을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코딩 학원 관계자 역시 “코딩 관련 교육 정책이 발표되면 문의도 많아지는 편이라 이번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초등생들 10명 정도 수업 듣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코딩 평가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불투명해 코딩 교육이 필수화되면 ‘울며 겨자먹기’로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코딩 학원비는 월 4회 수업에 20만~40만원가량으로, 가정 환경에 따른 코딩 교육 격차가 커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학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코딩 학원에서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블록코딩(각각의 명령어 코드를 블록처럼 쌓아가는 코딩 방식) 등을 가르치고, 중학생 이상부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이나 시(c)언어 등을 학습한다. 학원들은 블록코딩이라는 놀이를 통해 먼저 코딩을 접할수록 파이썬 등 실전에 빠르고 쉽게 적응한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강영미 대전 참교육학부모회 대표는 “필수교육이 아니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텐데 필수화된다면 사교육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며 “이미 코딩을 배우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는데 갑자기 필수화되면 학생 간 격차도 커지고 학부모 부담도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과후수업에서 코딩을 배우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ㄱ씨(40)는 “노트북 등 코딩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기자재가 비싸고 부모 역시 코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교육 격차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딩 올인 우려 “컴퓨터 문해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코딩교육이 사교육이 필요한 수준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기초교육학부)는 “아이를 개발자로 키운다기 보다는 컴퓨터를 활용한 문해력, 응용력을 갖춘다는 취지로 접근해야 한다”며 “보조적인 차원으로 활용하는 리터러시(문해력)는 필요하지만 코딩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IT 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는 “미래세대에게 제대로된 인공지능(AI) 교육을 하려면 이 기술이 어디로 향하는지 관점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단순히 (컴퓨터) 언어 그 자체를 해야하는 게 아니다”며 “기능인 양성형 교육을 할 경우 장기적으론 쓸모 없는 일회용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23일 교육부는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설명자료를 내고 “사교육과 차별화되는 학교 교육의 혁신 모델을 만들겠다”며 “질 높은 디지털 교육의 충분한 기회를 보장해 추가적인 사교육 부담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컴퓨팅 사고력을 갖도록 하는 게 미래세대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의 치열한 입시경쟁 상황에서 보통 필수화라고 했을 때 가져올 수 있는 사교육 확장 같은 부작용이 상당히 많다.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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