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우울해지고 불안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고등학생 10명 가운데 1명은 중등도 이상의 우울감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는 가운데 대인관계는 위축되고 학업 스트레스까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지난 2월11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초·중·고 학생 34만1412명을 대상으로 우울·불안, 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문제해결 조력자 등에 대한 자기인식도 수준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등교수업 차질, 대외 활동 감소 등이 학생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인데, 일회성 자기 인식조사로 비교군이 없고 초등학교 1~4학년은 본인이 아닌 학부모가 대신 응답했다는 한계는 있다.
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27%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우울해졌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불안해졌다는 응답도 26.3%에 달했다. 지난 2주일 동안 7일 이상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꼈다는 중·고생은 각 12.2%, 7%였다. 이번 조사 검토를 맡았던 권용실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불안은 불확실성과 관련이 큰데 지난 2년 동안 학교를 갔다 안 갔다를 반복한데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불안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우울은 원래 청소년들이 많이 경험하긴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학업 스트레스가 늘고 친구·선생님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실제로 조사 결과 초·중·고 학생 가운데 43.2%는 코로나19 이후 학업 스트레스가 늘어났다고 응답했고, 교우관계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31.5%, 선생님과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응답은 20.3%였다. 학업 스트레스의 경우 다른 나라에 견줘 입시 경쟁 압박이 심한 한국 교육의 특성상우리나라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성적 하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눈에 띄는 점은 초등학생 저학년에 견줘 고학년이 더 많이 우울·불안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초 1~4학년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우울하고 불안하다는 응답이 각 25.4%, 23.8%이지만 초 5~6학년은 각 32.4%, 34.8%에 달한다. 이에 대해 권용실 교수는 “초등학교 고학년은 초등학생이면서 동시에 청소년으로 진입하는 시기로 독립적이지도 않고 보호도 못받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이 되면서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늘었다. 초·중·고 학생 73.8%가 코로나19 이후 사용시간이 늘어났다고 답했고, 줄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조사로 길어진 코로나 상황이 학생들의 심리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심리정서 지원을 고위험군 학생 치료에 우선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일반학생 대상의 맞춤형 지원이 훨씬 강화되도록 방안을 더욱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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