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일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가 개학을 앞두고 자가검사키트 등 방역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학 하루이틀 전 대용량 자가검사키트를 학교에 주면, 그걸 소분해 학생들에게 배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3월2일 새학기 시작을 사흘 앞두고 일선 학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개학 첫 날 학생들에게 자가검사키트를 배부하고 사용법을 가르쳐야 하지만, 아직도 자가검사키트를 못 받은 학교들이 태반이다. 서울 강서구의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 중인 송아무개씨는 2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에는 아직 못 받은 학교들이 많고, 월요일에 교육지원청으로 키트를 가지러 오라고 통보를 받은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교육지원청은 각 학교에 대용량으로 묶여있는 자가검사키트를 전달한다. 이를 학생수대로 나눠서 지급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구의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보건교사 ㄱ씨는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데, 키트를 개인별로 소분한 뒤 설명서·면봉·시약을 한 데 넣어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방역인력을 채용해 최대한 활용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 동대문구의 보건 교사 최아무개씨는 “예산이 부족해서 시간을 4시간으로 쪼개 인력을 구하려고 하니 지원자가 없었다”며 “3월2일까지 혼자 작업을 다 할 수 없어서 개학날 전체 배부는 어려울 것 같고 확진된 학생들을 중심으로 배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예산과 방역인력 확보 등은 행정 절차도 있기에 집행하려면 미리 지침이 내려왔어야 하는데, 지침이 늦어지고 계속 바뀌니 대응이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애초 ‘3월 정상등교(전면등교)’ 원칙에서 후퇴해 개학 뒤 2주 동안 학교장 재량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3월 첫째 주에는 교직원을 제외한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1인당 1개씩,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3월 둘째 주부터 일주일에 학생 1인당 2개씩, 교직원 1인당 1개씩 자가검사키트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학생은 주2회, 교직원은 주1회 등교 전 선제검사를 할 것을 적극 권고하되, 의무나 강제는 아닌 만큼 선제검사를 하지 않아도 등교는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개학 당일에는 학생들이 등교해 선제검사용 자가검사 키트를 배부받고 사용법을 배우게 된다. 4일에도 3월 둘째 주분 키트를 배부받으려면 학교에 들러야 하지만 가정에 여분이 있다면 굳이 올 필요는 없고, 학생 대신 학부모가 받으러 가는 것도 가능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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