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서울지부 주최로 여수에서 현장실습 중 사망한 홍정운군을 추모하는 촛물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숨진 홍정운(18)군의 사고가 발생한 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전국 직업계고의 현장실습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전수조사를 하는 주체가 짧은 시간 산업안전 연수를 받고 ‘산업안전전담관’으로 임명된 교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심지어 연수를 받아 산업안전전담관이 된 교사에게 구두로 ‘전달교육’을 받은 교사도 산업안전전담관과 같은 역할을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1일부터 11월5일까지 직업계고 현장실습 안전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직업계고 학생 2500명이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기업체 1300여곳의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다. 이번 점검은 산업안전전담관 연수를 받은 직업계고 관리자, 취업부장, 3학년 담임교사, 취업지원관이 사업장을 모두 방문하고 순회지도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교육부가 최근 ‘산업안전전담관 제도 시범운영 안내’ 공문을 통해 전달한 내용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산업안전전담관의 자격을 ‘교감 또는 취업지원부장으로 산업안전연수 이수자’로 명시하고, ‘산업안전전담관으로부터 전달교육을 받은 자’도 산업안전전담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산업안전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교사들이 짧은 시간 연수를 통해 산업안전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 교사가 보내온 연수 일정표를 보면, 3일 동안 모두 15시간 교육을 받으면 산업안전전담관이 될 수 있다. 특히 전달교육을 할 경우 고3 담당 전공교사가 교감 또는 취업지원부장으로부터 구두로 연수 내용을 전달받고 산업안전전담관 역할을 도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어 “형식적인 연수를 받으면 산업안전에 비전문가인 교사가 전문성을 갖게 되느냐”라며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져야 할 현장실습 안전 책임을 회피하고 교사에게 떠넘기려는 조처”라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서도 그동안 교사들의 현장 순회지도 때 전문가가 아니어서 안전 문제를 명확히 짚어내기 어려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공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취업 순회 지도를 맡고 있는 교사 김류한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저도 15년째 특성화고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위험하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할 뿐이지 어떤 안전 조처가 필요하고 근로감독이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은 알지 못한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볼 뿐”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전담관 제도 자체를 교육부가 운용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산시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의 문상흠 노무사는 “특성화고 전담노무사 제도에 참여했었는데, 산업안전 부분은 교사들이 노무사들에게 많이 맡겼다.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짧은 교육만으로는 교사들의 지도가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며 “전문기관인 노동부나 산하의 안전보건공단 등에서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시범 사업이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노동부와 함께 개선안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노동부가 산업안전감독관 인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연수를 통해 교사들이 기본적인 법령을 학습한 뒤 문제가 감지되면 신고를 할 수 있는 체계라도 만들자는 취지로 도입했다”며 “교육부가 기업을 감독할 권한이 없어서 학교에서 신고를 받으면 이를 노동부에 전달해 빨리 조치하도록 협업하고자 한 것인데, 부족한 부분은 의견을 듣고 검토해서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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