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에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여수 특성화고 3학년이던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러 잠수했다 참변을 당했다. 연합뉴스
‘지게차에 치여 정강이 및 발목 골절’, ‘마감청소 중 이송 컨베이어에 끼임’, ‘왼손 검지 손톱 빠짐과 피부 찢어짐’
전남 여수의 특성화고 3학년 홍정운(18)군이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 중 법으로 금지된 잠수작업에 투입됐다가 숨진 사고를 계기로 ‘안전한 현장실습’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현장실습업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2019년 1월 이후 현장실습생의 산업재해는 중상 7건을 포함해 모두 1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직업계고 주요 정책 현황과 개선방향’ 자료집을 공개했다. 자료집을 보면, 2016년 21건, 2017년 15건에 이르던 현장실습생 산재 건수는 2018년 3건으로 뚝 떨어졌다. 2017년 말 제주도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숨진 뒤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도를 도입한 교육부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기업 참여 급감을 이유로 선도기업 선정 기준을 낮추고 선도기업보다 열악한 참여기업도 현장실습생을 더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하자 2019년 산재 건수는 6건으로 2018년에 견줘 두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실습 참여학생 수는 19%가량 증가했다. 홍정운군이 다닌 요트업체도 참여기업이다.
지난해 5건까지 더하면 규제가 완화된 2019년 이후 발생한 산재는 모두 11건이고, 이 가운데 중상은 골절 5건, 피부절상 1건, 화상 1건 등 7건이다.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사고까지 고려하면 실제 산재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복교율(현장실습 도중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 비율)이 늘어나는 것도 열악한 실습 환경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복교율은 2018년 6.3%에서 2019년 7.7%, 2020년 9%까지 늘어났다. 올해 2월 나온 ‘광주(광역시) 지역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재구성한 결과를 보면, 2019~2020년 복교생 79명의 복교 사유 가운데 ‘단순 반복·위험 업무’와 ‘실습업체 준비 미비(교육 미제공·업무 환경 열악 등)’가 28%에 달했다. 폭언·폭력·성폭력(3.1%), 실습 부상(3.1%) 등의 이유도 있었다.
이탄희 의원은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변화됐다고 해도 현장실습 현장의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변화됐는지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도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업장임을 확인하고 있으나 참여기업은 그런 과정이 부족하다”며 “선도기업 중에도 저위험 직종이 있는가 하면, 참여기업 중에서도 고위험 직종이 있을 수 있으니 직종의 위험도를 고려해 기업을 분류해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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