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비를 숙박업소, 성인용품점에서 사용하거나 아파트 관리비와 노래방 비용 등으로 내는 등 약 7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화성시 통탄 환희유치원 원장 김아무개씨와 직원들이 17일 저녁 유치원 강당에서 학부모들에게 사과한 뒤 퇴장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교육청으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았지만 총괄부장으로 지내면서 원장을 공석으로 두고 사실상 유치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화성/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 ‘후폭풍’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점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순차적으로 어린이집 집중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복지부는 오는 22일부터 12월14일까지 약 2천개 어린이집의 보조금 부정수급 및 보육료 부당사용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또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약 4만개 어린이집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표자 한명이 2개 이상의 어린이집을 소유한 경우 △회계 프로그램 미설치 △세입 대비 세출액 차액이 큰 어린이집 등 부정수급 가능성이 큰 곳이 우선 점검 대상으로 선정됐다. 김우중 복지부 보육기반과장은 “지속적인 점검과 함께 행정처분을 받은 어린이집 명단 공표 기준 조정, 내부 고발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 등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온라인으로 보육교사 228명에게 어린이집 비리 사례를 설문 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다.
설문에 답한 228명 가운데 72%에 이르는 164명이 식자재 구매 등 급식 비리 정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교구 구매 관련 비리 정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는 이도 응답자 227명 중 60.4%인 137명이었고, 214명의 응답자 중 53.3%인 114명은 인건비를 허위로 타내는 상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조는 “유치원뿐 아니라 모든 보육 현장에 비리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아이들 식자재를 자기 집으로 가져가거나 부실 식자재를 써 돈을 모으는 원장들이 있다” “자기 집 제사상에 올릴 문어를 사거나 술을 구매하는 파렴치범도 있었다”고 답했다. 원장의 사적인 용도로 식자재를 산 뒤 급식으로 쓸 과일만 산 것처럼 영수증을 만들거나, 식자재를 원아 수보다 많이 산 뒤 남은 것을 원장이 운영하는 다른 어린이집 등에 빼돌린 사례도 등장했다.
또 식자재 목록에 술이나 아이들이 먹지 않는 것이 포함되거나, 100g짜리 두부 22개를 교사를 포함해 123명이 간식으로 나눠 먹었다는 증언, 교사들에게 들어온 빵 선물을 그날 아이들 오후 간식으로 주고 그날치 간식을 다음날로 미룬 경우 등도 있었다. 공기청정기 등을 사 원장 집에 설치하고 감사가 나올 땐 수리를 보낸 것으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시설이 영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로 비리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을 포함하고 공적인 고용구조와 민주적 통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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