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이들 식자재를 자기 집으로 가져가거나 부실 식자재를 써 돈을 모으는 원장들이 있습니다. 자기 집 제사상에 올릴 문어를 사거나 심지어 술을 구매하는 파렴치범도 있었어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연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들은 하루 전 온라인 설문을 벌여 228명의 보육교사로부터 모은 어린이집의 각종 비리 사례를 고발했다.

설문에 답한 228명 가운데엔 72%인 164명이 식자재 구매 등 급식 비리 정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교구 구매 관련 비리 정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는 이도 응답자 227명 중 60.4%인 137명이었고, 214명의 응답자 중 53.3%인 114명은 인건비를 허위로 타내는 상황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노조는 “유치원뿐 아니라 모든 보육 현장에 비리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유치원뿐 아니라 모든 보육현장에 비리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증언을 보면, 원장의 사적인 용도로 각종 식자재를 구입한 뒤 급식으로 쓸 과일만 산 것처럼 영수증을 거짓으로 만들거나 식자재를 원아 수보다 많이 구입한 뒤 남은 것을 원장이 운영하는 또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빼돌린 사례가 있었다. 식자재 목록에 술이나 아이들이 먹지 않는 것이 포함돼 있기도 하고, 100g짜리 두부 22개를 교사를 포함해 123명이 간식으로 나눠 먹기도 했다. 교사들에게 들어온 빵 선물을 그날 아이들 오후 간식으로 주고 그날치 간식을 다음날로 미루는 경우도 있었고, 공기청청기 등을 구입해 원장집에 설치하고 감사가 나올 땐 수리를 보낸 것으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교사들이 느끼는 비리의 심각도는 국공립과 민간이 크게 차이가 없었다. ‘어린이집 비리가 (국·공립과 민간) 유형별로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0.9%인 139명이 ‘차이가 없다’고 답했고, 29.4%(67명)는 ‘민간이 더 심하다’고 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시설이 영세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소홀로 비리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비리의 내용이나 방법은 사립유치원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비리를 근본적으로 혁파하려면 시스템을 완전히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을 포함하고 공적인 고용 구조와 민주적 통제구조를 만들어야 비리가 근본적으로 척결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