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요양 종사자 40% 우선 전환…‘민간보육시설 공공전환’ 서울시 경험 참고
민간 종사자 교육·훈련 등 종합지원 구실…“난립 시설 통폐합부터” 주장도
민간 종사자 교육·훈련 등 종합지원 구실…“난립 시설 통폐합부터” 주장도
정부가 국민연금 재원을 투입해 만들려고 하는 사회서비스공단은 그동안 민간에 의해 이뤄진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17개 광역지자체별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고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 사회서비스 제공인력을 공단소속 직원으로 채용해 지자체가 공단을 통해 시설을 직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 중심으로 이뤄진 사회서비스를 개선하겠단 의지를 보인 것이다.
공단 설립안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올 초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연 사회서비스공단 관련 토론회에서 김연명 중앙대 교수(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가 낸 자료 등을 보면, 우선 보육·요양 쪽 일자리를 공단을 통해 공공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민간 보육교사 29만명과 요양보호사 33만4천명 중 40%인 25만명가량의 일자리가 대상이다. 민간시설 가운데 국공립 전환을 원하는 시설을 대상으로 운영권만 인수하거나, 소유나 운영은 그대로 둔 채 인력만을 공단 소속으로 변경하는 방안 등이 적절히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의 공공보육시설 확충 과정에서도 이런 방식이 쓰였다. 공단은 또 시설운영 외에 민간시설 종사자 교육·훈련, 서비스 표준화 같은 사회서비스 기관 종합 지원 구실을 하며 성과에 따라 장애인 활동보조나 일반 복지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간다는 구상이다.
이런 사회서비스의 ‘공공화’ 방안은 보육·육아 영역에서 국가의 구실이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란 반성에서 나왔다. 실제 국내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의 6.18%(이용아동수 기준 11.4%)에 그치고, 노인요양시설 중 공공시설도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재임기간 동안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아동 비율을 26.3%로 전국 평균의 2배로 늘렸지만 여전히 대기 아동수가 45만명에 이른다.
반면 서비스 대부분을 공급하는 민간은 영세하다. 육아정책연구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보육교사 평균 월급은 국공립과 법인이 210만원인데 견줘, 대부분의 보육교사가 일하는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은 163만원, 150만원 수준이다. 요양시설 역시 건강보험공단 직영인 서울요양원은 요양보호사 월급이 150만원(2016년)인 반면, 민간시설은 136만원(2013년), 방문요양보호사는 97만원(2015년)이다. 낮은 임금은 빈번한 전직으로 이어지고 종사자의 숙련도를 낮춰 서비스 질 하락을 가져온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도, 제공받는 이도 행복하지 않기에 공공성 강화가 중요한 상황인 것이다.
공단 설립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상자 25만명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직접고용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이미 난립한 영세 민간시설을 통폐합하는 것이 먼저’란 주장도 있다. 한 노인요양기관 운영자는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수가(임금)만 올리면 난립한 영세기관들만 살려놓게 된다. 수가 인상 방식과 과정이 중요하다. 비영리, 투명한 회계, 종사자 임금 보장 같은 기준을 확립해 허가제로 바꾸고 기관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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