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경기도 용인시의 한 민간 어린이집.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당초 어린이집에서 휴원을 한다고 알려왔다가 결국 안하기로 했다고 해서, 겨우 아이를 보내고 출근했다. 앞으로 휴원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도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20개월 아이를 둔 박아무개씨)
23일 어린이집 4800여곳이 정부의 7월 ‘맞춤형 보육’ 시행에 반대하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완전히 문을 닫는 형태의 전면 휴원은 없었으나, 전체 어린이집의 12% 가량이 정규과정 대신 축소 운영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도 어린이집의 집단 행동이 이어질 수 있어 보육 현장의 혼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오후 5시 현재 (전면) 휴원 중인 어린이집은 없었으며, 자율등원 형태로 운영 중인 어린이집이 4867곳이다. 이는 전체 어린이집 4만1441곳중 11.7%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자율등원이란, 사전에 학부모의 양해를 구하고 맞벌이 등 가정보육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만 등원시킨 뒤, 반을 통합해 최소한의 돌봄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율등원에는 전체 어린이집의 86%에 이르는 민간 어린이집(영유아 20명 넘는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영유아 20명 이하인 어린이집) 중에서 일부가 참여했다. 애초 어린이집 1만1천곳 이상이 소속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만 이날 집단 휴원을 강행한다고 밝혔으나, 휴원 계획을 잠정유보했던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약 9천곳 이상 소속)의 어린이집 일부도 동참했다. 지역별로는 부산(1223곳, 62.5%)과 전남(628곳, 50.5%)이 가장 참여율이 높았으며, 울산(239곳, 26.4%), 경남(617곳, 19.3%), 전북(255곳, 16.2%) 등의 차례였다. 서울(871곳, 13.6%)과 경기(498곳, 4.1%) 등은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날 집단 휴원(자율등원)에 참여한 어린이집은 24일에도 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학부모들의 불편 신고 등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오후 5시 현재 어린이집 이용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이 5건 있었다. 어린이집이 가정보육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지를 파악한 뒤,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아동의 입소를 거부하거나 강제 퇴소를 시키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6개월 간 운영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종일반 집중신청이 마감되는 24일 이후 내놓기로 한 추가 보완책이 미흡할 경우, 어린이집 3만여곳 이상이 소속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가정어린이집연합회도 집단 휴원에 돌입할 방침이다. 휴원계획을 알 수 없는 부모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 지역 육아카페의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에서 휴원 안내문을 이틀전에야 통보받아서 갑자기 휴가를 쓰려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맞춤형 보육은 맞벌이와 홑벌이 가정 아이를 각각 종일반(12시간 이용)과 맞춤반(6시간 이용)으로 구분하고, 맞춤반의 경우 보육료를 차등지원하는 정책이다. 집단 행동에 나선 어린이집들은 보육료 차등지원으로 어린이집의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며 제도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 참뜻어린이집(경기도 안산)의 이정아 원장은 “정부가 현재도 아이들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표준보육비용에 못미치는 보육료 지원을 해줬는데, 맞춤형 보육으로 맞춤반에 대한 예산을 20%씩 삭감할 경우, 보육교사들에게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한테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보연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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