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시사다큐 ‘한큐’②] ‘겹굴레’ 한국살이
딸 아동보호소 맡기고 ‘보금자리’ 위해 ‘피땀’
“한국인으로 당당히 키우고 싶어요” 귀화신청
딸 아동보호소 맡기고 ‘보금자리’ 위해 ‘피땀’
“한국인으로 당당히 키우고 싶어요” 귀화신청
한겨레 시사다큐 <한큐>가 ‘큐!’했습니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뉴스의 현장과 진솔한 삶의 현장으로 카메라가 출동합니다. ‘사회와 사람’이 묻어나는 영상으로 우리들의 ‘오늘’을 요모조모, 촘촘하게 비춰드리겠습니다. <한큐>는 매주 화요일 10시 <인터넷한겨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1. 2008년 아동일시보호소, 그곳에선?
서울 ‘ㅅ’아동복지센터 병아리 반.
“꺄르르.” 해맑은 웃음소리도 잠시, “어어엉, 어어엉.” 갓 걸음마를 뗀 아이들은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운다.
목놓아 울고 있는 현우(2) 옆으로 누나 현주(3)가 바짝 다가섰다. 눈물을 멈칫한 현우는 두 팔을 벌린다. 현주는 동생을 안아준다. 그러나 그들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겨진 첫 날, 울다 지쳐 잠이든 남매는 파르르 몸을 떤다. 꿈 속에서도 엄마를 찾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생이별할 처지에 놓였다. 남매의 어린 부모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다”며 양육을 포기했다.
복지센터 2층, 어두운 복도 끝으로 현주가 걸어간다. 현주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엄마, 엄마…”를 부르며 굳게 닫힌 문을 흔들어 보기도하고, 손으로 내리치기도 한다. 문 밖으로 나가면 그리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현주는 복도 끝의 ‘어둠’이 두렵지 않다. 그 곳에서 엄마가 성큼성큼 다가와 안아줄 것만 같다. #2. “한국에서 잘 살아보려고 시집 왔는데…”
중국계 교포인 박옥금(33)씨는 지난해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뒤 딸 미수(1)를 ㅅ아동복지센터에 맡겼다. ‘이혼한 이주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쓴 박씨가 한국 사회에서 딸을 키울 곳이나 벌이를 하기가 쉽지 않다. 구리종합시장 안 김밥 집에서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하고, 손바닥 만한 고시원에서 지내는 박씨는 한달에 2~3번 딸을 만나는 것이 고단한 한국살이에서 유일한 위안이다. 또 딸은 박씨가 중국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딸을 만나려고 보호소를 찾은 박씨. 보호소 문 앞에서부터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를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한 생각 뿐이다. 박씨는“잘 살아보려고 한국에 시집와 아이까지 낳았는데, 한국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도 부모가 없이 자라서 부모 없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딸을 고아로 만들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울먹였다. #3. 다문화가정 20만, 늘어나는 코시안들 아동일시보호소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과 부모가 잃어버린 아이들을 3개월 미만 동안 보호하는 곳이다. 서울 시내에만 이런 보호소가 10여곳에 이른다. 보호소에 맡겨진 아이들의 사연은 여러가지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거나 먹고 살기 힘들어 맡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미혼모의 아이들이나 아동 학대로 보호소를 찾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이렇게 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겨진 아이들은 한해 1만8천여명에 이른다. 최근엔 한국사회에 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아동일시보호소에도 이주 여성이 낳은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2008년 현재, 다문화 가정은 20만에 이르고, 이주 여성이 낳은 아이들은 5만명을 넘어섰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일컬어 ‘코시안’(코리아와 아시안의 합성어)이라 부른다. 이주 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국제 결혼 2세와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노동자의 자녀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보호소에 맡겨지는 코시안들이 아동 인권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4. “고아 만들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오랫만에 딸을 안아본 박씨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수원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 향한다. 한국땅에서 아이를 당당하게 키우려면 무엇보다 귀화신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귀화신청서에 “딸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라고 서툰 글씨지만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까다로운 귀화 심사가 기다리고 있어 박씨와 미수가 진짜 한국인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딸 미수와 하루 밤을 보내고 다시 일터로 돌아온 박씨. 힘겨운 식당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박씨는 “딸과 함께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꿈이 있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일해서 딸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사회가 옥금씨의 ‘아름다운 약속’을 함께 지켜주지 못한다면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글·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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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센터 2층, 어두운 복도 끝으로 현주가 걸어간다. 현주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엄마, 엄마…”를 부르며 굳게 닫힌 문을 흔들어 보기도하고, 손으로 내리치기도 한다. 문 밖으로 나가면 그리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현주는 복도 끝의 ‘어둠’이 두렵지 않다. 그 곳에서 엄마가 성큼성큼 다가와 안아줄 것만 같다. #2. “한국에서 잘 살아보려고 시집 왔는데…”
‘딸과 이별 뒤…’ 중국계 이주 여성 박옥금(33)씨가 딸과 헤어진 뒤, 한동안 말없이 일터로 향했다. 박씨는 “어린 딸을 보호소에 맡기기까지 고단했던 한국살이를 되돌아 본다”고 했다.
중국계 교포인 박옥금(33)씨는 지난해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뒤 딸 미수(1)를 ㅅ아동복지센터에 맡겼다. ‘이혼한 이주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쓴 박씨가 한국 사회에서 딸을 키울 곳이나 벌이를 하기가 쉽지 않다. 구리종합시장 안 김밥 집에서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하고, 손바닥 만한 고시원에서 지내는 박씨는 한달에 2~3번 딸을 만나는 것이 고단한 한국살이에서 유일한 위안이다. 또 딸은 박씨가 중국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딸을 만나려고 보호소를 찾은 박씨. 보호소 문 앞에서부터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를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한 생각 뿐이다. 박씨는“잘 살아보려고 한국에 시집와 아이까지 낳았는데, 한국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도 부모가 없이 자라서 부모 없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딸을 고아로 만들지 않으려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울먹였다. #3. 다문화가정 20만, 늘어나는 코시안들 아동일시보호소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과 부모가 잃어버린 아이들을 3개월 미만 동안 보호하는 곳이다. 서울 시내에만 이런 보호소가 10여곳에 이른다. 보호소에 맡겨진 아이들의 사연은 여러가지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거나 먹고 살기 힘들어 맡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미혼모의 아이들이나 아동 학대로 보호소를 찾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이렇게 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겨진 아이들은 한해 1만8천여명에 이른다. 최근엔 한국사회에 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아동일시보호소에도 이주 여성이 낳은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2008년 현재, 다문화 가정은 20만에 이르고, 이주 여성이 낳은 아이들은 5만명을 넘어섰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일컬어 ‘코시안’(코리아
‘진짜 한국인이 되고 싶다’ 박옥금씨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귀화 신청을 했다. 그는 귀화 신청서에 “딸 미수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고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을 보고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오랫만에 딸을 안아본 박씨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수원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 향한다. 한국땅에서 아이를 당당하게 키우려면 무엇보다 귀화신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귀화신청서에 “딸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라고 서툰 글씨지만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까다로운 귀화 심사가 기다리고 있어 박씨와 미수가 진짜 한국인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딸 미수와 하루 밤을 보내고 다시 일터로 돌아온 박씨. 힘겨운 식당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박씨는 “딸과 함께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꿈이 있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일해서 딸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사회가 옥금씨의 ‘아름다운 약속’을 함께 지켜주지 못한다면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글·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부모님을 찾습니다’ 이한나(이름·나이 미상)양은 2008년 5월 20일 오후 3시께,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거리에서 발견됐다. 현재 미아로 추정되지만 앞으로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기아로 간주되어 지방의 보육 시설로 보내지거나 입양될 것 이라고 한다. (아이의 얼굴을 보도하는 것은 센터와 협의해 부모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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