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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성적따라 줄세우기 관행 ‘제동’

등록 2008-05-19 22:44

‘우열반’ 평등권 침해 결정
학교자율화 전면적 추진
교육당국 태도변화 주목
‘성적을 기준으로 한 우열반 편성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교육과학기술부의 ‘4·15 학교 자율화 조처’로 우열반이 우후죽순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인권위는 특히 교육감에게 우열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함으로써 우열반 수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분명히 했다. “성적우수반은 아동의 잠재력을 위축시키고 배제감과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초점은 각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이 이번 권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학교 자율화 조처의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준별 수업은 확대하되 우열반 수업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교육운동 단체들은 “지금도 암암리에 수준별 수업을 빙자한 우열반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학교 자율화 조처 이후로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우수반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준별 수업 과목이 확대되다 보면 이는 결국 우열반 편성으로 귀결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한겨레>의 취재 과정에서도 서울 ㅇ고교를 비롯한 서울지역 사립학교 4∼5곳에서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눈 뒤 온종일 전 과목 수업을 따로 받는 우열반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 결정은 이처럼 암암리에 확산되는 학교현장의 우열반 수업 확산 분위기에 대한 ‘일단 멈춤’의 효과는 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낳는다. 하지만 우열반 수업에 대한 일부 학교들의 열망을 결정적으로 제어하는 구실을 할 것이란 전망은 희박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인권위의 권고결정이 반드시 수용해야 할 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권고이지 수용 여부는 교육감과 학교장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결정을 하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준별 반 편성’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성적우수반 운영이 시정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한 것일 뿐이란 설명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권위의 결정이 수준별 수업이나 각종 성적 우수자에 대한 편법적 우대조처 등에 대한 관행에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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