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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성전환자도 행복추구권” 대법, 호적 성별변경 허가

등록 2006-06-22 19:49수정 2006-06-23 02:23

‘소수자 권익 보호’ 전향적 판결…보완 입법 관심
50대인 이씨는 호적상으로는 여성이다. 하지만 남성 차림을 해야 마음이 편했고, 스스로 남성으로 생각했다. 병원에서 성전환증이란 진단을 받고,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여전히 호적상으로나 주민등록상으로 여성이었다.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때도 은행 직원은 외모와 주민등록상 성별이 달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고, 기업체 취직은 아예 엄두도 못냈다.

대법원은 22일 이씨와 같은 성전환자(트랜스젠더)가 떳떳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이씨가 호적상 성을 남성으로 바꿔달라며 낸 개명·호적 정정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성별 정정을 불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성전환자가 명백한데도 호적의 성별이나 이에 따라 받게 되는 주민등록번호가 여전하다면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되고 취업이 제한돼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10면

대법원의 결정으로 성전환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은 최소 1천명, 많게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앞으로 이들의 호적상 성별 정정 신청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성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모두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는 반대의 성에 대한 귀속감을 느끼고, 반대의 성을 가진 사람으로 행동하며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며 △성전환 수술을 받고 △성관계나 직업 등도 바뀐 성에 따라 활동하며 △주위 사람들도 바뀐 성으로 아는 경우에 성전환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법원에서 이런 기준에 따라 성전환자인지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성전환증이 없음에도 임의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면 성별을 고칠 수 없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성전환증을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함과 부적절함을 느끼며 성징을 제거하고 반대 성징을 얻으려는 집착에 2년 이상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성전환증에 대한 판단이나 성전환을 악용한 것인지 여부 등을 놓고 법정에서의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성전환자가 성을 바꿨더라도 권리·의무는 그대로 유지돼, 결혼한 사람이 호적을 고치더라도 자녀와의 부모-자식 관계는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동성 사이 결혼을 허용하지 않아 법률적인 부부간 혼인관계는 인정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손지열·박재윤 대법관은 현행 법으로는 성전환자가 호적 정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가 법률을 만들어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등이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에 관한 법 제정을 추진해 오는 9월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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