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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단독] ‘출생신고’ 영유아도 학대 사각지대…25명 수사 의뢰

등록 2023-10-09 07:00수정 2023-10-10 00:10

복지부·지자체, 미접종·미진료 2살 이하 1만1633명 조사
지난 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엄마와 숨진 아들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 앞에 유모차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엄마와 숨진 아들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 앞에 유모차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 지정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거나 병원에 한번도 가지 않은 2살 이하 1만1천여명 가운데 소재가 불분명한 영아 25명과 학대가 의심되는 영아 2명이 정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영아 1명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친엄마에게 살해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아예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에 이어 출생신고가 된 아동 중에서도 학대 위험 신호가 포착된 것이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8일 보면, 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4~6월 2살 이하 1만1633명의 소재와 안전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아동이다. 영아는 생후 0~3개월, 4~6개월, 12~24개월 등 세 구간에 걸쳐 비(B)형 간염, 파상풍, 폐렴구균 등 국가가 지원하는 필수 예방접종 12개를 받아야 한다. 이 중 한 구간이라도 접종 기록이 0건인 영아를 조사한 결과, 5917명이 확인됐다. 여기에 건강보험공단 기록을 토대로 최근 1년간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기록이 전혀 없는 영아 5716명이 추가로 파악됐다. 정부가 출생신고가 된 2살 이하 영아를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가운데 25명은 지자체가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소재 확인이 안 되는 아동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거주지에 살지 않은 영아가 7명, 연락 두절 상태이거나 보호자가 조사를 거부한 영아가 6명이었다. 제주에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영아 1명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결과, 친엄마가 생후 3개월에 숨지게 하고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동안 출생 뒤 신고되지 않은 아동에만 초점이 맞춰진 학대 아동 관심 범위가 넓어져야 함을 뜻한다. 적잖은 사각지대가 새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동학대 관련 개별 사례 조사에 머물 게 아니라 폭넓은 조사에 나서는 한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이 된 2살 이하 영아는 그동안 출생신고가 된 경우 정부의 관심 범위 밖에 있었다. 의사 표현이 어려워 외부에서 학대 위험 여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탓이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아동학대로 사망한 50명 중 56%인 28명(1살 미만 21명, 1살 5명, 2살 2명)이 2살 이하일 정도로 아동학대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학대 피해 2살 이하 아동이 발견되는 확률은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3.28명으로, 0~17살 전체 발견율(1000명당 5.02명)보다 낮다.

학대 위기 아동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정부 조사는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복지부는 2019년부터 해마다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되는 국내 거주 3살 아동의 소재·안전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2015~2022년과 올해 1~5월 출생 관련 기록만 있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을 전수조사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살 이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났다”며 “영아는 학대를 당하고 있어도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작아 여러 위기 정보를 활용한 조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우선 2살 이하 미접종·미진료 영아 조사를 계속하면서 위기 아동 발굴에 나설 방침이다. 조우경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2살 이하 미접종·미진료 영아에 대해선 소재·안전 여부를 주기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수조사를 넘어 학대 피해에 취약한 영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조사와 함께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혜련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많이 다니지 않는 3살까지가 (학대 피해 등에) 제일 취약한데, 그 시기에 보건소나 지역사회가 취약 가정과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 일부 주나 유럽 등에는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모든 가정에 간호사·사회복지사 등이 방문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엄마가 출산하고 집에 오는 순간 보건소나 은퇴한 의료인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아이 상태를 보고, 부모에게 아이 키우는 방법도 알려주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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