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요양보호사가 청소를 하는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돌봄 인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영주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데 대해 노동계와 학계에선 이런 정책보단 ‘불안정·저임금’으로 굳어진 돌봄일자리 질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요양보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 젊은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지만,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여건을 바꾸지 않고서는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12일 한겨레에 정부의 외국인 요양보호사 확대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지현 돌봄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상당수 요양보호사들은 (요양시설 등에서) 오전·오후·심야 3교대로 일하지만 월 200만원 정도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처우 개선 없이 요양보호사 규모만 늘려서는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해 이를 외국인들에게 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요양보호사 자격이 있지만 활동하지 않는 이들이 일터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임금 등을 높이면, 농어촌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보유자 252만여명 중 요양시설·방문요양센터 등에서 실제 일하는 이들은 60만1천여명(24%)에 그친다. 근무 형태도 시간제 계약직이 35%로 가장 많았다. 더구나 농어촌 지역 요양시설의 경우 출퇴근이 어렵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고 일부 시설은 야근 수당마저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노조 쪽은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공급만 늘리면 기관 운영자들이 노동자 처우 개선에 손을 놓을 것이라는 우려다.
복지부는 보건복지 관련 학과를 졸업한 외국인 중 구직 비자(D-10)를 가진 이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 인구감소 지역에서 요양보호사로 5년 이상 일하면 영주권 비자(F-5) 등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농어촌에서 요양보호사로 장기간 일할 외국인 유학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회복지학과 등에 유학 온 외국인들이 돌봄 노동에 종사하기보다는 사회복지 행정을 배워 본국에 돌아가거나 처우가 나은 사무직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고서는 외국인이 돌봄 노동에 장기간 종사할 가능성 또한 낮다는 분석도 있다. 유승창 고구려대 사회복지실천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이 농어촌에서 5년간 근무해 영주권을 얻은 뒤 그 지역에 정착하려면 근무 기간 동안 충분한 보상은 물론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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