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엄마 A(24)씨와 숨진 아들 B(2)군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 앞에 유모차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한파 속 사흘간 집에 홀로 방치된 채 숨진 2살 아이는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는데도, 정부 시스템에서 학대 위기 의심 아동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처럼 지난해 파상풍·폐렴구균 등 국가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지만, 위기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은 3살 미만 아동이 전국에 37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아동을 분류하는 인공지능(AI)의 한계 탓인데, 인력을 투입해 아동 학대 감시 체계를 대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아 2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파상풍 등 정기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만 3살 미만 아동이 2022년 기준 전국에 406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도별로는 경기 1198명, 서울 852명, 경남 240명, 인천 225명, 부산 223명 순으로 많았다. 울산(72명), 세종(47명), 제주(54명)를 제외하고 모든 광역시도에서 100명이 넘었다. 정부는 영유아가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는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를 아동 학대의 대표적인 징후로 본다. 2018년 3월부터 예방접종 미접종 등 44종의 정보를 활용해 위기에 처했을 수 있는 아동을 발굴하고 가정방문을 하는 ‘이(e)아동행복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강 의원실 자료를 보면, 정기 예방접종 미접종 아동 중 8.2%에 불과한 333명만 이 사업 대상자이고, 나머지 91.8%(3734명)는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위기 아동 발굴 작업을 1차적으로 진행하는 인공지능에 한계가 있고, 이를 보완할 인력·시스템도 충분치 않은 탓이다. 특히 지난해 위기관리 대상자 333명 중 64명만 인공지능이 직접 발굴했고, 나머지는 269명은 특정 기준에 따라 복지 공무원이 발굴했다.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이(e)아동행복지원사업’의 인공지능은 학대가 신고돼 확인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학대 신고되지 않은 사례에 대해서는 학습이 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필수 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 가구에는 간호사가 가정에 방문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여러 겹으로 학대 지원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만 의존하고 있는 지금의 위기아동발굴시스템은 그동안 감지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위기 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위기 아동을 발굴하고, 기획조사를 할 수 있는 복지 공무원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공지능 발굴의 한계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사람이 직접 발굴하는 기획 발굴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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