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 가다간 90년생부턴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아.”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도자료 제목이 1년 만에 일부 기사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 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제5차 재정계산’ 시험계산 결과에서,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2055년 적립금이 소진되어 마이너스 47조원이 될 거라고 발표한 직후의 일이다. 2055년은 1990년 출생자가 65살이 돼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계산 결과는 특정 연도보다 추이가 나타내는 함의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연금 개혁 성패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제언한다. 시산 발표 이후 제기된 주요 질문을 정부와 전문가 설명 등을 참고해 정리했다.
—2055년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모두 사라지나?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인구나 경제적 요인에 따른 향후 70년 수입과 지출 흐름을 예측하는 작업이다. 현재처럼 월 소득의 9%(직장가입자는 사업주 4.5%+본인 4.5%)인 보험료율과 2028년 40%가 되는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 비율)이 2093년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2055년 적립기금이 소진된다는 추산이다. 바꿔 말하면, 그 전에 국민연금 제도를 개혁하면 기금 소진을 늦출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추계에서 합계출산율을 2023년 0.73→2024년 0.70→2040년 1.19→2046~2070년 1.21명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한 탓에, 연금 개혁을 미루면 2055년보다 기금 소진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기금이 소진되면 급여를 못 받나?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인 국민연금의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밝힌다. 기금이 소진되면 재정을 투입해 국가의 지급 의무를 유지한다는 취지다. 현행 국민연금법 제3조의2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복지부는 이를 개정해 정부의 지급보장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060년부터 월급 30%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낸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 일부를 기금으로 쌓아뒀다가 급여를 지급하는 부분 적립식으로 운영된다. 실제로 적립 기금이 다 떨어져 한 해 보험료를 걷어 그 해 지급해야 할 연금을 모두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전환할 때 필요한 보험료율인 ‘부과방식비용률’(직장가입자 사업주 50%+가입자 50%)이 2060년 29.8%, 2078년 35.0%까지 올라가게 된다는 뜻이다. 현 세대의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식 등으로 기금 소진을 늦추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율도 30%보다 낮출 수 있다. 아울러 가입자가 늘면 부과방식비용률의 분모인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 총액’도 증가한다. 올해 부과방식비용률이 6.0%로 5년 전 예측했던 6.3%보다 0.3%포인트 낮은 것도, 그 사이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아져서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거나 정년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등 가입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미래 세대의 보험료율을 낮출 수도 있다.”
—30년 뒤에도 한국 경제력으로 연금지급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연금급여 지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GDP 대비 급여지출’에 근거한 주장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27일 낸 자료를 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급여지출 비율은 1.7%인데, 현재 유럽 각국은 연금지출로 GDP의 1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연금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을 넓히고 정부 재정이 지원되면 2080년 기준, 부과방식비용률 35%가 아니라 GDP의 9.4%를 나눠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보험료를 덜 낸 현 세대가 늘어나는 지출 부담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 채 미래 세대와 비슷한 급여를 받아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