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전보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2년 당겨진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시험계산) 결과’가 나오면서 보험료율 인상 등 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할 것으로 보인다. 70년 뒤 기금 소진 없이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년 뒤엔 17%까지 높여야 한다는 계산도 나왔는데, 4월말 국회가 어떤 개혁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093년에도 기금을 소진하지 않고 적립한 상태에서 수급자에게 국민연금을 지급하려면, 2025년엔 최소 보험료율을 17.86%까지 높아여 한다고 밝혔다. 70년 뒤 1년치 연금 지출액만큼 기금을 남겨두기 위한 전망치(적립배율 1배)로, 현행 9%인 보험료율의 2배 이상이다. 적립금 규모가 커지고 보험료율 인상 시점이 늦춰질수록 필요 보험료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제시된 최고 보험료율은 23.73%였다. 5년 전 4차 재정계산(16.02∼22.20%)보다 1.66∼1.84%포인트 증가했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연금개혁이 늦어짐에 따라 시나리오별 필요 보험료율은 4차 재정계산에 견줘 상승했다”며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 세대 부담이 늘어나, 연금개혁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고 분석했다 .
이런 결과는 당장 2년 뒤에 보험료율을 17%까지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보험료율 월 소득의 9%·소득대체율 2028년까지 40%)가 유지되고 인구나 경제적 변화가 없을 때를 가정한 이론적 전망치로 소득대체율이나 가입·수급연령 등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지속 가능한 연금 지급을 위해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령연령 등 모수 개혁을 통한 연금개혁 논의를 진행 중이다. 5년 전 4차 재정계산 때도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은 16.02%였지만,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11%와 13.5%의 보험료율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당장 가능한 보험료율 인상은 1~3%포인트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해 8~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와 공동 주최한 ‘국민연금 개혁 전문가포럼’에서도 연금 전문가 16명 중 12명이 1∼2%포인트 인상, 4명이 3%포인트 인상에 찬성했다.
다만 보험료율 인상 목적을 두고선 온도차가 있다.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만큼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과 재정 안정화 차원에서 소득대체율보다 보험료 인상에 무게를 두는 입장으로 나뉜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GDP 대비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2020년 기준)”라며 “급여 수준을 올리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려야지, 기금을 더 쌓는 목적으로 인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금 소진 이후에 부과방식으로 바꿀 때 필요한 보험료율이 2078년 35%”라며 “더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개혁을 미룰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법정 발표 기한인 3월 말보다 2개월 앞당겨 발표된 이번 시험계산 결과가 나오면서 연금 개혁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연금특위에 개혁 방안을 제시할 민간자문위원회는 27∼28일 이틀간 초안 마련에 들어간다. 국회는 여기서 마련된 안을 토대로 이해 당사자와 국민 대표 대상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말까지 최종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회와 별도로 정부는 3월 말까지 재정계산을 마무리하고, 10월 말까지 대통령 승인을 받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