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2025년 총인구에서 65살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제도를 손질해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도 건강한 나이 듦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돌봄 환경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한겨레>는 12월18∼21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등과 일본 도쿄도 및 사이타마현을 방문해,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공적연금 전문가와 의료·돌봄 기관 등을 취재했다.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줄 일본의 앞선 경험과 고민을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_편집자
한국의 35년 국민연금 역사에서 제도 개혁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이뤄졌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출범 때부터 3%에서 5년마다 3%포인트씩 9%까지 높이기로 돼있었고, 두 차례 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낮춰 기금 고갈 우려에 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0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2027년에는 개혁을 실행하겠다고 밝힌 터라, 내년부터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에서 노후에 일정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험제도다. 1988년 1월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3%로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인 소득대체율 70%를 보장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이후 가입 대상을 농어촌 거주자와 도시지역 자영업자 등으로 넓히고, 전업주부나 학생까지 임의 가입이 가능해지는 등 ‘전 국민 연금’으로 확대됐다.
‘저부담 고급여’ 방식으로 출발한 국민연금은 대상이 확대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정이 필요해졌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개시 연령을 60살에서 5년마다 1살씩 2033년 65살까지 늦추는 1차 제도 개혁을 진행했다.
2차 연금 개혁은 노무현 정부에서 맡았다. 2003년 법제화 이후 첫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당시 보험료율(9%)과 급여 수준(소득대체율 60%)을 유지하면 2036년 기금 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 고갈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조정하는 3가지 방안을 내놓고 정부도 개정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2004년 재정안정화 논란 속에 ‘국민연금 8대 비밀’ 등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보험료율은 그대로 둔 채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는 방안이 기초노령연금(소득과 재산이 적은 노년층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제도로, 2014년 7월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폐지) 제도와 함께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차 재정계산과 함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개혁안을 마련했지만, 특정 안이 아닌 4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4개 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거쳐 3개로 줄었을 뿐, 제도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연금 제도 개혁 필요성은 윤석열 정부 들어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018년 재정계산 당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적립기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때보다 저출산·고령화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2030년 1.32명으로 추산했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6명까지 떨어졌다. 66살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20년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8년 평균인 13.1%를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장기재정추계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초연금 개선 방안을 포함한 종합운영계획을 내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는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 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지금부터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연금 개혁 의지를 밝혔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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