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산업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한 중년 남성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50대·60대 중장년층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했다. 이른 실직·이혼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심각한 사회적 고립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을 지역사회와 연결하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전담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50대와 60대 고독사 비중은 각각 29.6%(1001명)와 29.0%(981명)로, 전체 고독사(3378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70대와 80대는 각각 12.5%, 6.0%였다. 통상 전체 사망자 중에는 질병 등에 취약한 80대 이상(35%내외)이 가장 많지만, 고독사에서는 50~60대(52.8~60.1%) 중장년층이 가장 취약했다.
성별로는 남성 고독사 사망자가 여성에 견줘 4배 이상 많았다. 2021년엔 남성 사망자가 2817명으로 여성(529명)과의 격차가 5.3배로 확대됐다. 최근 5년 남성 고독사의 연평균 증가율은 10%로, 여성(5.6%)의 2배였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남성은 1.3~1.6%, 여성은 0.3~0.4%였다.
연령과 성별을 종합하면, 50~60대 남성이 전체 고독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부터 최근 5년의 50~60대 남성 고독사 비율은 45.3%→47.2%→46%→51.5%→52.1%다. 복지부는 실직·퇴직과 이혼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갑자기 끊긴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가 비교적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남성=경제활동, 여성=가사’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장해 가사노동 등에 익숙지 않은 이 세대 남성들이 1인가구가 될 경우 고독사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송인주 서울시 복지재단 연구원은 “일하지 않는 중년 남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좋지 않아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경우 주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실직, 사업 실패, 이혼 등이 사회 관계 단절의 주된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고독사 가운데 자살 비중은 16.5~19.5%였다. 연령이 어릴수록 자살이 많았다. 2021년 20대와 30대 고독사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56.6%와 40.2%로 평균(17.3%)를 크게 웃돌았다. 복지부는 “20~30대는 스스로 사회와의 단절을 선택해 복지서비스 등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청년층 고독사 예방 정책과 정신·심리지원 등 자살 예방정책을 적극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채무 내역 등을 바탕으로 고독사 위험자를 발굴해 생활·심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독사 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범사업은 현재 서울·경기·부산 등 9개 시도에서만 시행 중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자료를 보면, 읍·면·동 찾아가는 복지공무원 1명이 진행해야 하는 위기가구 조사는 113.4건이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위기가구 발굴대상자를 지원하는 업무와 고독사예방사업을 동일한 사회복지공무원이 맡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고독사 위험자가 사회로 흡수되려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공공기관은 물론 이웃 등 시민의 힘도 필요하다”며 “(지역의 사회복지사 등을) 명예공무원 등으로 지정해 고립된 사람들을 신고하고 복지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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