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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사역없을땐 가부좌생활 감옥이자 ‘병영’ 이었다

등록 2006-03-06 20:12수정 2006-03-07 10:37

여성재소자 인권보고서 (중) 군대식 수형생활
교정학 전문가들은 여성 재소자를 ‘남성 교도소의 잊혀진 범죄자’로 부른다. 남성 재소자를 통제·관리하기 위해 다듬어진 제도·시설, 군사문화 안에서 여성 재소자는 차별받고 소외돼 있다는 뜻이다.

수원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1년6월을 복역하고 최근 출소한 김희연(41·가명)씨는 생리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생리대는 개인 부담이 원칙이고 잦은 단수로 때맞춰 씻기도 어려웠다. “일주일에 두세 번 샤워할 수 있었어요. 그러곤 대개 단수 상태인데, 남자 쪽은 ‘폭동이 날 거’라며 단수는 시도도 않는대요. 아무래도 여자는 다루기 쉽다는 거죠.” 실제 지난해, 교도관 등 직원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해 형사 입건된 재소자는 75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여성은 단 1명이었다.

잦은 단수·좁은 공간등 차별
관물대 수건도 길이 맞춰 널어
어기면 온갖 수모·고초 뒤따라
여성재소자 2500명…전체 5.4%
여성성 이해 접근 배려는 전혀없어

조여경(37·가명)씨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복역할 때 이불을 다린 듯 개고 펴는 것으로 하루를 열고 닫았다. 관물대의 수건도 밑선의 높이를 정확히 맞춰 널었다. 사역이 없으면 일과시간 내내 가부좌로 앉아 있어야 했다. 말로만 듣던 군 생활이었다. 어기면 온갖 수모와 고초가 뒤따랐다. 1주일에 한 차례였던 목욕 때 제한시간(20분)을 넘기면 비눗물도 다 못 씻고 밖에 나와 벌을 서야 했다고 조씨는 회상했다.

박지숙(33·가명)씨 등 다른 여성 재소자들도, 누군가 생리라도 하면 물 사용이나 청결 문제로 재소자끼리 다투던 일상을 털어놓으며 감옥이자 ‘병영’이었던 교도소의 경험을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렇듯 남성 본위의 시설과 문화에 이중으로 갇힌 여성 재소자 수는 지난 2월 말 현재 2500여명에 이른다. 전체 재소자 가운데 5.4%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 5년 동안 전체 재소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여성 기결수(그림표 참조)는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대 들어서는 범죄 100건에 15~17건이 여성 범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 재소자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03년 12월 발표한 ‘구금시설 내 여성수용자 인권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수용생활 중 난점으로 △수용자와의 관계 △가족 생각 △비좁은 거실 △의료 건강 △교도관의 비인격적 태도 △목욕 △종일 앉아서 생활하기 등이 꼽혔다. 조사를 맡았던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자 재소자들은 여성들보다 더 넓은 공간을 쓴다”며 “여가·작업 공간도 훨씬 크고, 전용 식사공간이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 재소자의 특성을 배려하는 원칙과 이를 강제하는 법 조항이 없는 건 아니다. 남성 재소자와 달리 머리칼 관리가 자유롭고(형행법 24조) 화장(형행법 시행령 94조)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임산부는 환자에 준하는 처우를 받을 수 있다”(형행법 30조) 등 ‘여성’보다 ‘모성’을 보호하는 조항이 대부분이고, 이 역시 몇몇 ‘할 수 있는 것’들만 적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이어서 그 밖에 광범한 ‘할 수도 있는 것’들은 모두 개별 교도소의 시설과 관례, 또는 교도관의 의식에 달렸다.


물론 의식이나 제도 모두 군대식의 남성주의, 통제 편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고, 여성성을 이해하는 접근은 없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의 지적처럼 “여성 수형자는 대부분 수동적, 순응적”인데다, ‘여성 범죄자 80%가 빈민층’(대검찰청 <범죄분석>)이어서 차별과 소외는 되풀이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장도 “여성 재소자들이 교도소 규칙에 대한 준법정신은 남성보다 높으면서도, 인권 침해 때 부당성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2월 말 현재 유일한 여성 전용 교정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에는 570명이 수용되어 있다. 나머지 1945명은 36곳의 구금시설에 최소 10명부터 최대 196명까지 흩어져 ‘잊혀진 범죄자’로 침묵한 채 지내고 있다.

임인택 김태규 이정애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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