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 카운티에 삼성가와 홍씨가에서 기증한 원불교 원다르마센터 봉불식에 참석한 홍라희씨, 김윤남씨, 홍석현 회장, 좌상 이광정 상사, 경산 장응철 상사(오른쪽부터). 사진 조현 기자
원불교는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78) 삼성 회장의 장례식을 원불교 교단장으로 열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1973년 장모인 고 김윤남(법명·김혜성)씨를 인연으로 원불교에 입교해 중덕이란 법명과 중산이란 법호를 받았다. 또한, 원불교가 교단 발전에 기여하고 덕망이 높은 교도에게 부여하는 법훈인 ‘대호법’을 받기도 했다.
이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는 1991년 전북 익산에 있는 원불교 교무들의 교육 훈련기관인 중도훈련원을 기증했다. 훈련원 이름은 고인의 법호인 중산에서 중을, 홍라희씨의 법호 도타원에서 도를 따서 지었다. 이 회장과 홍씨 일가는 2011년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 카운티 50여만평에 원다르마센터를 지어 희사하기도 했다. 이 센터는 원불교 미국 총부 구실을 한다.
이 회장의 신앙생활은 많은 희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다만, 1987년 부친인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떴을 때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로부터 법문을 받고서 큰 위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가와 원불교의 인연을 맺게 한 주역인 김윤남씨는 홍라희씨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모친으로 1962년 원불교에 입교해 입문 30년째인 1991년 종사가 됐다. 수행력에 따라 6단계로 등급을 나누는 원불교에서 종사는 대각여래위에 이은 둘째 단계다. 김씨는 김대거 종사와 좌산 이광정 종사 등을 스승으로 수행 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처음 원불교에 입교하자 “신흥종교에 빠졌다”는 소문이 돌았고, 남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부인이 보던 <원불교 전서>를 일독한 뒤 가족회의를 소집해 “(부인의) 종교생활에 대해 앞으로 누구도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김씨는 서울 종로구 원남교당에 다니면서 자녀들도 그 교당에 함께 다녔다. 2013년 김씨가 열반하자 그의 유지를 받들어 자녀들이 김씨의 유산으로 원남교당도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불교 쪽은 이건희 회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기려, 전북 익산의 중앙총부에서 오도철 교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의위원회를 열고 26~2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소태산기념관 지하 1층 대각전에 교단 차원의 별도 빈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11월 8일에는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전 교도가 함께하는 추도식을 열어 고인의 명복을 축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망인의 넋을 기리며 극락으로 보내기 위한 의식인 천도재가 31일부터 매주 토요일 원남교당에서 진행된다. 천도재는 망인이 죽은 날로부터 일주일이 되는 날부터 49일간 총 7차례 재를 지내는 의식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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