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왼쪽) 목사와 박명림 교수가 21일 ‘정치와 교회, 2012년 대선을 말한다’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와 교회, 대선을 말한다’ 좌담회
대선을 앞둔 시기에 종교계 주요 종단 가운데 개신교는 언제나 유독 주목 대상이었다. 개신교 장로인 이승만 대통령의 최고 수혜자였던 개신교는 ‘김영삼 장로’,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에 1등 공신이었다. 이번 대선 주요 후보 중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종교가 없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가톨릭이다. 그러나 이들 후보의 공약에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려는 개신교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총재 김삼환 명성교회목사)는 29일 아침 7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 12층 우봉홀에서 ‘제18대 대선을 위한 기도회 및 기독교 공공정책 설명회’를 연다. 이 협의회는 후보들에게 △종립학교 종교 교육권 보장 △공직자의 개인적인 종교 자유 보장 △동성애·동성혼 법제화 절대 반대 △국가와 공공 단체의 일요일 시험 시행 폐지 △종교 단체 재산권에 대한 별도 규정 마련 △교과서의 기독교 관련 및 인간 기원에 관한 공정한 서술 보장 등 10개항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개신교 안팎에선 종교적 가치 실현이 아닌 집단 이익을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원장 이근복 목사)이 박종화(67) 목사와 박명림(49) 연대세 교수를 초청해 ‘정치와 교회, 2012년 대선을 말한다’는 주제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박 교수는 진보적 정치학자다. 박 목사는 강원룡 목사에 이어 서울 경동교회를 이끌고 있으며, <국민일보>의 국민문화재단과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교계의 중추적 인물이다. 지난 21일 경동교회에서 한 좌담회에서 이들은 “한국 교회가 살고 한국 정치도 살리기 위해선 이번 대선이야말로 후보가 기독교 신자냐 아니냐는 ‘인물 논쟁’이 아니라 드디어 기독교적 가치 실현에 대한 ‘가치 논쟁’을 점화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장로 대통령 시대일수록
가진자들이 많은 혜택 누려
기독교적 가치 더 위축돼”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예수님처럼 낮은 곳 임해
약자들 아픔 이해하고
공정성 보장해줄지 따져야” 박명림 현대사에서 기독교는 일제 때 독립운동을 했고, 한국전쟁 때는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이후 폐허 속의 시민들에게 종교적·현실적 희망을 심어주며 산업화를 이끌었다. 기독교의 정의·도덕·희생정신은 민주화운동 참여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성장한 보수적인 교회들이 정치권력을 지향하면서 강자 쪽에 서게 됐다. 박종화 중세 교회는 세속 권력을 지배하기도 했고, 권력 비호세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모델 다 실패했다. 우리나라도 ‘장로 대통령’을 통해 중세처럼 기독교왕국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없었을까. 현대사에서 권력을 비호해 혜택을 받으면서 ‘권력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쉽게 말하곤 했다. 박명림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시장만능주의, 반공 성전주의, 셋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승만·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등 장로 대통령 시대에 가진 자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렸고, 낮고 약한 자들은 배제돼 박탈과 소외감을 느꼈다. 박종화 미국에도 부시 대통령처럼 기득권 체제가 하나님 체제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링컨처럼 당시의 노예체제는 하나님 체제가 아니라고 보는 이도 있었다. 독일에도 히틀러와 나치를 없애는 게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는 고백교회가 있었고 나치를 하나님 체제로 본 독일교회가 있었다. 그러나 독일교회는 결국 잘못을 선언했다. 세상의 어떤 체제도 하나님 나라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명림 말구유에서 태어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가치는 기독교인 대통령 시대에 어디로 간 것인가. 인간은 보육, 교육 등을 거치며 차이와 차별이 생긴다. 이를 형평하게 해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고 인간화 아닌가. 그건 결국 공공화다. 한국 사회는 이런 걸 개인화하는 게 문제다. 보수 언론은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한경직 목사의 무소유, 나눔 정신은 칭송하면서도, 이를 제도화해 복지에 반영하려고 하면 ‘좌파다, 빨갱이다’라고 공격한다. 소수를 위한 개인윤리를 이용해 공적 과제와 공적 윤리를 희석시키고 막는다. 박종화 동양이 공동체적이고 서양이 개인주의가 강하다는데, 오히려 서양에선 공동체적 관용과 타협이 가능한데 동양은 왜 더 거꾸로 가는지 수수께끼다. 내 종교 신자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세속적 바람은 기독교적 가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어느 종교나 인간적 가치 회복, 즉 ‘참인간화’를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다. 내겐 어떤 후보가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할 것이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강자가 봐서 공정한 게 아니라 약자가 봐서 공정해야 바람직한 공동체다. 기독교인이라면 어느 후보가 근사한 말을 하고 시혜적 복지를 내세우느냐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상대적 약자들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약자에게 공정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박명림 국가는 발전해간다는데 공동체 구성원의 80%는 소외되고 신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 복지, 교육개혁, 지방균형을 주장하면 친북좌파라고 한다. 대화와 설득, 소통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 때 더 심화된 현상이다. 기독교인 대통령일 때 기독교적 가치가 더 위축됐다. 박종화 앞으로는 ‘기독교인이니 찍어주자’는 얘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현재 문제는 소금 역할은 안 하고 빛만 되려는 데 있다. 빛은 권력과 부다. 권력과 부를 차지하려는 순간, 더는 낮은 곳으로 내려갈 수 없다. 소금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소금 없이 빛날 수 없다. 낮은 데 처함으로써 종교의 힘이 나온다. 권력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모두가 이해 다툼만 벌일 때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종교의 힘이다. 가장 낮은 곳이 가장 높은 곳이다. 기독교인들이 가장 낮은 곳,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이 나라도 살고, 기독교도 산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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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자들이 많은 혜택 누려
기독교적 가치 더 위축돼”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예수님처럼 낮은 곳 임해
약자들 아픔 이해하고
공정성 보장해줄지 따져야” 박명림 현대사에서 기독교는 일제 때 독립운동을 했고, 한국전쟁 때는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이후 폐허 속의 시민들에게 종교적·현실적 희망을 심어주며 산업화를 이끌었다. 기독교의 정의·도덕·희생정신은 민주화운동 참여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성장한 보수적인 교회들이 정치권력을 지향하면서 강자 쪽에 서게 됐다. 박종화 중세 교회는 세속 권력을 지배하기도 했고, 권력 비호세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모델 다 실패했다. 우리나라도 ‘장로 대통령’을 통해 중세처럼 기독교왕국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없었을까. 현대사에서 권력을 비호해 혜택을 받으면서 ‘권력이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쉽게 말하곤 했다. 박명림 이명박 대통령의 이념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시장만능주의, 반공 성전주의, 셋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승만·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등 장로 대통령 시대에 가진 자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렸고, 낮고 약한 자들은 배제돼 박탈과 소외감을 느꼈다. 박종화 미국에도 부시 대통령처럼 기득권 체제가 하나님 체제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링컨처럼 당시의 노예체제는 하나님 체제가 아니라고 보는 이도 있었다. 독일에도 히틀러와 나치를 없애는 게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는 고백교회가 있었고 나치를 하나님 체제로 본 독일교회가 있었다. 그러나 독일교회는 결국 잘못을 선언했다. 세상의 어떤 체제도 하나님 나라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명림 말구유에서 태어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가치는 기독교인 대통령 시대에 어디로 간 것인가. 인간은 보육, 교육 등을 거치며 차이와 차별이 생긴다. 이를 형평하게 해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고 인간화 아닌가. 그건 결국 공공화다. 한국 사회는 이런 걸 개인화하는 게 문제다. 보수 언론은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한경직 목사의 무소유, 나눔 정신은 칭송하면서도, 이를 제도화해 복지에 반영하려고 하면 ‘좌파다, 빨갱이다’라고 공격한다. 소수를 위한 개인윤리를 이용해 공적 과제와 공적 윤리를 희석시키고 막는다. 박종화 동양이 공동체적이고 서양이 개인주의가 강하다는데, 오히려 서양에선 공동체적 관용과 타협이 가능한데 동양은 왜 더 거꾸로 가는지 수수께끼다. 내 종교 신자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세속적 바람은 기독교적 가치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어느 종교나 인간적 가치 회복, 즉 ‘참인간화’를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다. 내겐 어떤 후보가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할 것이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강자가 봐서 공정한 게 아니라 약자가 봐서 공정해야 바람직한 공동체다. 기독교인이라면 어느 후보가 근사한 말을 하고 시혜적 복지를 내세우느냐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상대적 약자들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약자에게 공정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박명림 국가는 발전해간다는데 공동체 구성원의 80%는 소외되고 신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 복지, 교육개혁, 지방균형을 주장하면 친북좌파라고 한다. 대화와 설득, 소통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 때 더 심화된 현상이다. 기독교인 대통령일 때 기독교적 가치가 더 위축됐다. 박종화 앞으로는 ‘기독교인이니 찍어주자’는 얘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현재 문제는 소금 역할은 안 하고 빛만 되려는 데 있다. 빛은 권력과 부다. 권력과 부를 차지하려는 순간, 더는 낮은 곳으로 내려갈 수 없다. 소금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소금 없이 빛날 수 없다. 낮은 데 처함으로써 종교의 힘이 나온다. 권력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모두가 이해 다툼만 벌일 때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종교의 힘이다. 가장 낮은 곳이 가장 높은 곳이다. 기독교인들이 가장 낮은 곳,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이 나라도 살고, 기독교도 산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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