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4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박정규씨가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 당하고 있는 장면. 사진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 제공
서울 강남의 봉은사 앞에서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준비했다가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던 조계종 해고 종무원 박정규씨가 약 9개월 만에 조계종 총무원으로 복직하게 됐다.
25일 조계종 총무원과 노조에 따르면 총무원은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1월 해임했던 박씨를 오는 11월1일 자로 원직 복직시키기로 했다. 종단의 복직 조치는 지난 5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지난 7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박씨 해임이 부당 해고라는 판단을 내놓은 뒤 나온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불교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자승 전 총무원장이 주도했던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걷기쇼’로 비판하면서, 순례 목적에 대해 종단 최고지도자인 종정 선출 때 실권이 없는 유명무실한 인사를 앉히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계종은 “공개적으로 종단의 종정과 총무원장 스님을 아무런 근거 없이 비하하고 조롱했다”며 박씨를 징계위에 회부해 해임했다.
조계종은 이번 중노위 판정 결과 전까지만도 ‘내부 게시판에 참회문을 올리면 형량을 줄여 재징계하고 복직시키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박씨가 속한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는 ‘재징계는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해 총무원 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박씨 복직 조치는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 종단은 참회나 반성문 작성 등 복직을 위한 별도 조건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안팎에서는 박씨 복직을 두고 지난달 신임 총무원장에 취임한 진우 스님이 취임 초 종단 화합 조치의 일환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2018년 노조가 없던 조계종에 노조를 만들고,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그는 2019년 노조 차원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감로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심원섭 노조 지부장 등 2명은 해임됐고, 박씨 등 노조 간부 2명은 정직 조치됐다. 하지만 1심 법원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조계종의 징계 조치를 무효로 봤다. 박씨는 두번째 징계인 해임을 당한 뒤에는 서울 조계사, 봉은사 앞에서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8월14일에는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승려 2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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