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교인들에게 자신과 아들에게 모든 대외선교사업을 위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너알아티브이’ 갈무리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가 아들에게 사실상 교회를 세습하겠다고 공표해 비판이 일고 있다.
18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전 목사는 최근 신자들에게 교회가 하는 모든 대외선교사업을 자신과 아들에게 위임하도록 요구해 통과시켰다.
전 목사는 지난달 17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서 “감옥에 있어보니까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 믿을 놈은 나의 독생자 에녹(아들 이름)이뿐이다”라고 공표했다. 이는 전 목사의 유튜브 채널 ‘너알아티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너알아티브이가 녹화해 보여준 주일예배에서 전 목사는 재개발조합으로부터 보상금 500억원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전하면서, 모든 대외선교사업을 자신과 아들 전에녹 전도사에게 위임할 것에 대해 결의하면 두 손 들고 ‘아멘’ 할 것을 요청했다. 몇몇 신자들이 ‘아멘’을 외치자 전 목사는 “야 참, 성령이 충만해, 충만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전 목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감옥에 있는 동안 일부 부목사와 장로들이 교회를 차지하려고 했다고 욕을 한 뒤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나도 9년이나 10년 있으면 죽을 것인데, 내가 없으면 교회는 1년 만에 해체될 것이어서 아들을 세울 수밖에 없고, 이게 최선이다”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이어 교회 세습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목사님도 결국 세습하네’, 이건 사탄이 들어간 거야. (세습은) 북한의 통전부가, 정찰총국이 개발한 한국 교회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만든 용어야”라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장위10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내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 감정에서 84억여원과 종교부지를 보상받기로 평가됐으나, 563억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며 버텼다. 사랑제일교회는 조합 쪽의 명도소송에서 1·2·3심 모두 패했음에도 신자들을 동원해 6차례나 강제집행을 막으며 버틴 끝에 결국 500억원의 보상금을 받아냈다.
전 목사는 예배에서 이 소식을 전하면서 “변호사들이 200억원에 (합의)하자고 했는데 (내가) ‘안 돼’ 했다. 장로들이 멍청해 (내가) 감방에 있을 때 장로들이 130억원에 사인하라고 하더라”며 장로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이헌주 목사는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높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부의 세습을 막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교회를 세습하겠다며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전 목사 같은 이를 이단으로 처리조차 못하는 게 한국 교회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교회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될 경우 전 목사처럼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나쁜 선례를 보여줘 주민들 사이에 교회를 혐오 시설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 목사의 측근인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교회 세습과 관련한 <한겨레>의 질문에 대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더 이상 답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