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자유통일 및 주사파 척결 8·15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단체들이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지난 6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까지 모여들어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가 광장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집회·시위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이날 낮 12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통일 및 주사파 척결 8·15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은 2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자유통일당 쪽은 동화면세점 앞으로 집회를 신고했지만 참가자들은 교보문고 앞, 동아일보 사옥 주변에도 흩어졌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오후 3시40분께부터는 시청교차로에서 세종대로 사거리 전 구간 등의 차량 통행이 한때 통제되기도 했다.
앞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면서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이 목적일 때만 광장 사용을 허가하고,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사전에 신고한 집회 장소를 벗어났다.
광화문광장과 연결되는 광화문역 9번 출구 앞에는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광장 탁자 위에서 단체 가입을 독려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동화면세점 앞 무대에는 광화문광장 방향에서도 볼 수 있도록 화면이 설치돼있어서 참석자들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줄 맞춰 앉아 구호를 따라 하는 등 연설에 호응하기도 했다. 광장 위 의자와 분수 근처에서는 깃발을 흔들면서도 음식을 먹거나 쉬고 있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케이티(KT) 광화문빌딩 앞에도 무대가 설치돼 집회 참석자들이 수십명 앉아 있었다. 사실상 광화문광장이 집회 공간이 된 것이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경찰은 이날 동화면세점 주변에 차벽을 설치하고, 질서유지선 인근에 경찰을 배치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광화문광장 남쪽은 서울시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장소다. 현재 동화면세점 앞쪽에서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집회 장소로 이동하지 않은 채 의도적으로 광화문광장 남쪽에 모여 집회를 진행하는 등 신고 범위를 벗어날 경우 집시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장의 경찰 관계자는 “면세점 앞에 집회 신고를 했고, 대법원 판례에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명백한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상 해산 명령을 할 근거가 없다. 향후 시위도 비슷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