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이유에 “기쁘다”고 적었다. 한겨레가 시민 후원을 받는다는 게. 앙상하게 보자면 결국 돈 내는 일, 기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엄재희(32)씨와 통화했다.
엄씨는 한겨레 서포터즈 벗 소식을 일찌감치 알았다. “시작하기 2주 전쯤 에스엔에스(SNS)에서 소식을 듣고, 바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5월17일 오전 9시50분께 정기후원을 신청했다. 벗이 됐다. 기뻤던 이유부터 묻는다. “한겨레도 결국 돈을 벌어야 유지될 수 있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오냐가 정체성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시민 후원이라면 좀 더 안정적으로 시민의 관점에서 기사를 쓸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시민의 관점. 엄씨는 시민단체에서 일한다. 많이 곱씹었을 단어다. 시민의 관점이란 무엇인가. 엄씨는 활동가 정체성은 접어두고, “평범한 30대인 내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30대 초반, 구태여 더하자면 남성으로 엄씨도 2021년 한국 사회를 산다. 이삼십대 남성을 두고 다들 말하는 어려움을 엄씨도 겪는다. “비슷해요. 집 걱정 때문에 부동산에 민감하고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으로 어떻게 남은 인생을 꾸려갈까 싶은 주변 또래들 고민도 듣고요.”
다만 그 불안과 걱정, 때로 분노가 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성별, 다른 나이인 동료 시민을 향한 혐오는 아닌 것 같다. “다들 일상에서 어려움을 느끼는데 거기에는 자본의 문제, 사회 구조적인 문제 같은 큰 원인이 있잖아요. 이런 문제들을 바로 인식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화를 내게 돼요.” 그래서 좋은 언론이 형성하는 바른 방향, 공동체의 감각은 중요하다. “80대까지 같이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끼리 어떤 문제가 벌어졌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여다보는 것,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생각하는 게 저한테는 무척 중요하게 여겨져요.” 역시,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32살 엄씨한테 33살 한겨레는 어떤 의미일까? “낡게 느껴지나요?” 지레 걱정하며 물었다. “아니요. 신뢰할 만한 진보 매체라고 생각해요.” 진보는 그에게 보통 사람을 응원하는 일이다. 마침 후원 이유에 덧붙여 적고 싶었던 말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 어느 신문이 ‘고급 승용차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보는 신문’이라고 자신을 설명한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한겨레는 ‘지하철·버스 타고 출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는 사람을 위한 언론’이 되길 바라요. 저 같은 사람들, 그냥 보통 시민을 위한 언론이요.”
겨리 기자 supporter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