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포터즈 벗’은 하나하나의 고귀한 존엄들, ‘벗’들의 가치를 <한겨레>가 더 널리 퍼트리겠다는 개념이다.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벗들의 생각을 듣는 일은 그 자체로 값지다. 앞으로 벗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싣는다. 첫 인터뷰는 2021년 5월, ‘한겨레 서포터즈 벗’ 출범 첫주에 가입한 후원회원들의 이야기다. 편집자 주
창간주주 김종배씨는 ’한겨레 서포터즈 벗’ 출범 첫 날인 5월17일 정기후원회원 가입을 마친 뒤 인천 관모산에 올랐다. 사진 김종배 제공.
김 대리는 어느새 ‘은퇴한 김 부사장’이 되어 있었다. “<한겨레>가 창간한 1988년에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대리였어요. 돕고 싶어 창간주주가 됐죠. 부사장까지 하고 2년 전쯤 은퇴했어요. 오늘 스마트폰으로 한겨레를 보다가 ‘벗 해달라’는 배너를 보고 참여한 건데, 첫날이었군요?”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 세상에 나온 첫날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김종배(66·사진)씨의 말이다.
어떤 생각을 품고 후원을 했을까. “저는 좋은 대학 나와서 직장도 잘 다녔고, 그렇게 못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결국 저도 우리나라의 기득 세력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기득 세력) 입장에서 보면 ‘공평’은 손해 보는 일이겠죠. 나눠야 하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인 양심에 비춰보면 서민층이 좀 더 잘살고, 세상이 좀 더 공평해지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가치를 지켜나가는 한겨레를 그저 성원할 뿐입니다.”
33년 전, 33살 청년이었던 김종배씨는 “조중동 꼴 보기 싫고 전두환이 싫어서” 한겨레 창간주주가 됐다고 한다. 그 마음은 지금도 이어진다. “여전히 보수언론이 내놓은 가짜뉴스를 보자면 저들은 자기가 싫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한겨레가 내부적으로도 툭탁거리는 게 보이고 우여곡절도 있겠지만 잘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의 가족은 모두 주주다. “저와 아내는 모두 창간주주고 이후에 아들이랑 딸 이름으로도 샀으니 우리 가족 모두가 주주예요. 어느새 아이들도 30대가 됐고, 확실히 내가 살아온 세상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다르죠. 그래도 좋은 언론에 대한 고민은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런 그도 더 이상 종이신문은 읽지 않는다. “창간 때부터 쭉 신문을 구독하다가 2년 전 인천으로 이사하면서부터 디지털로만 보게 됐어요. <뉴욕 타임스>도 “일주일에 0.5달러로 뉴스를 이용하라”는 디지털 유료화 홍보 메일을 계속 보내더라고요. 그런 흐름을 보면 한겨레의 디지털 후원회원제는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돈을 내야 열심히 보게 되는 것 같고요.”
후원회원 가입 뒤, 마이페이지에서 주식 보유 내역을 확인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한다. “힘들었던 시대, 조그맣지만 무언가 했었다는 흔적으로 보여 나 자신에게 흐뭇했어요. 한겨레가 신문 시장의 4분의 1만이라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시대가 바뀌었으니 한겨레 기자들 처우도 좀 개선해서 더 이상 사명감만 갖고 일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겨리 기자 supporter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