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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언론 생태계, 독자 우선으로 전환을…정부 직접개입은 피해야”

등록 2021-05-20 04:59수정 2021-05-20 11:09

[저널리즘, 생존 기로에 서다]
미디어바우처·한국판구글법·공영포털
‘좋은 저널리즘’ 향한 방안들
전문가 7명 평가 들어보니
5월 20일자 각종 일간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5월 20일자 각종 일간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기성 언론사의 기형적 수익구조, 디지털 플랫폼 미디어가 주도하는 뉴스 생태계의 문제가 누적되자,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시작됐다. 신문사의 ‘한국에이비시(ABC)협회 인증 부수 부풀리기’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부각된 ‘미디어 바우처’ 제도(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데서 비롯한 ‘한국판 구글법’(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포털 알고리즘 공개법’(이원욱·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영포털 도입’(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겨레>는 지난 10~14일 언론 전문가 7명을 만나 이러한 언론 생태계 개편 방안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들은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의 전제로서 “언론사와 기자의 ‘좋은 저널리즘’ 실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는 ‘좋은 저널리즘’에 대한 지원·지지·격려가 제도적·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공적 지원의) 방향성은 좋은 기사가 돈과 인정 등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바우처제’ 선순환 계기로 설계해야

‘미디어 바우처’는 정부가 국민에게 일정 금액이 담긴 바우처(쿠폰)를 제공하고, 국민이 직접 언론사나 기자, 기사 등을 선택해 바우처로 후원하게 하는 제도다. 플랫폼 기업과의 시장경쟁에서 뒤처지는 저널리즘의 지속가능성·품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 아이디어로, 미국·프랑스에서 처음 제시됐다. 한국에서는 에이비시협회의 공사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에이비시 인증을 참조해 집행하는 정부광고 예산을 바우처제와 연동하자는 취지로 논의 중이다.

전문가 다수는 바우처제 아이디어에 대해 “정부가 언론사나 관료 입장에서 편리한 현금 지원을 하는 대신, 언론과 독자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우리 ‘편’이 아닌 언론에 대한 징벌적 성향의 의미로서의 ‘언론개혁’ 수단으로 접근하면 언론 및 공론장의 양극화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언론에 대한 ‘인기투표’를 넘어, ‘언론사가 뉴스 품질 경쟁을 통해 독자를 모으고, 언론사는 독자·광고주로부터 얻은 이익을 좋은 저널리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로서 제도 설계가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은 “현재 언론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디지털 공간의 독자들이 플랫폼 미디어 이용자일 뿐, 언론사 독자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라며 “바우처제는 플랫폼에 몰린 이용자들이 언론사 공간에 직접 가보는 경험을 하고, 언론사는 플랫폼 미디어 속 ‘익명의 독자’가 아닌 ‘우리 독자’와의 관계 경험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재단은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계한 미디어 바우처제 시범 사업을 계획 중이다.

바우처제가 저널리즘 지원이 아닌 ‘언론사 배 불리기’에 그치지 않도록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편법이 동원될 수 없도록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바우처제 참여 자격을 특정 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제한하는 등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뉴스 정책 더 투명해야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이 현재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제시한, 구글·페이스북 등에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방안(‘한국판 구글법’), 포털의 알고리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포털 알고리즘 공개법’) 등에 대해선 정책집행 가능성 및 실효성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이었다. 일단 구글의 뉴스 사용료 문제가 불거진 국외에서는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압도적이고 아직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자체 뉴스 앱에 언론사 뉴스를 싣는 등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책을 똑같이 들여오기 어렵다고 했다.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저널리즘을 위한 기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돈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적 책무 이행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털 알고리즘의 경우 “사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측면에서 공개가 어렵고, 설령 공개되더라도 현재 언론 생태계에서 저널리즘 품질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 많았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포털 저널리즘의 문제는 포털의 뉴스 정책, 언론사의 디지털 정책, 이용자 선호가 결합해서 나온 결과로, 세 행위 주체 모두 의도한 바와는 엇나간 결과일 수 있다”며 “포털 저널리즘에 대한 지속적 평가·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알고리즘으로 환원하는 건 저널리즘이나 언론개혁의 문제를 협소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고리즘 일부 공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경우에도, “법적 해결 대신에 포털이 뉴스 정책 부문에서 외부 전문가, 인공지능 등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사회적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민간기업 대신 공적 기구에서 뉴스 큐레이션을 맡는 ‘공영포털’ 아이디어를 두고서도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왜 해보지도 않고 반대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네이버·다음 모두 지금 같은 편집을 의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뉴스 생산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며 “시장 경쟁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포털을 만든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공정하고 균형 있는 뉴스 편집이 가능할 거라고 보기 어렵다. (공영포털은) ‘빅카인즈’(언론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같은 거대한 뉴스 뭉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널리즘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있는 단일한 정책 대안은 없으며 “어떤 정책이든 언론사의 자체 변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과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광고주’에 크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큰 만큼, 언론사 경영진 수준에서 독자를 우선하는 체질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봤다. 심영섭 교수는 “언론 지원 제도가 존재하는 나라들의 특징은 언론사가 독자를 잘 관리한다는 점”이라며 “어떤 공적 지원 제도가 나오든 언론사가 독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기사 자문(가나다순)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김준일 <뉴스톱> 대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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