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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물러나라” 방송정상화 직설 날렸던 ‘올곧은’ 언론학자

등록 2020-06-15 11:30수정 2020-06-17 19:49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별세

2017년 ‘한겨레-미디어 전망대’ 칼럼
‘한국방송·문화방송 사장 퇴진’ 주장

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장 등으로 활동
“주류 남성 지배 속 여론 다원성” 역설
‘해직기자들의 삶과 직업’ 논문도 발표
2018년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의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와 ‘아시아 언론자유 현주소’ 토론회에 참석한 김세은 교수. 사진 단비뉴스 제공
2018년 4월 ‘국경없는기자회'(RSF)의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와 ‘아시아 언론자유 현주소’ 토론회에 참석한 김세은 교수. 사진 단비뉴스 제공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15일 오전 1시56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

<한겨레> ‘미디어 전망대’ 필진이었던 김 교수는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공정성과 자율성 훼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 물러나라,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은 물러나라”고 외친 ‘물러나라’(2017년 7월28일치) 칼럼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 교수는 “내부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퇴진을 원하고 있는데도 꿈쩍 않고 있는 이들에게는 설명과 논리가 먹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하릴없이 다음과 같이 외친다”며 칼럼 전체를 ‘~물러나라’ 구호로 채웠다.

김 교수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서섹스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강원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언론학회 연구이사와 한국방송학회 총무이사, 한국언론정보학회 편집이사 등 언론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강원언론학회장과 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와 언론중재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또 언론 현장과 접목한 연구를 꾸준히 해 언론계와도 폭넓은 연대를 이어왔다.

그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우리 언론에 공정성, 다양성 등을 설득력 있게 호소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언론인 조사를 진행한 그는 언론사 뉴스룸이 남성에게 장악된 점을 주목해 뉴스도 주류 남성의 관점에 동질화됐다며 민주주의와 여론 다원성을 위해서라도 성별 다양성 시각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lt;한겨레&gt; 2017년 7월28일치 ‘미디어 전망대’에 기고한 김세은 교수의 칼럼.
<한겨레> 2017년 7월28일치 ‘미디어 전망대’에 기고한 김세은 교수의 칼럼.

김 교수는 품이 많이 들어가는 언론인 인터뷰 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시절 언론 탄압에 저항하다 쫓겨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기자들을 인터뷰해 ‘해직 언론인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2012년)라는 논문에서 ‘거리의 언론인’으로 살며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전했다. 또 동아투위·조선투위 해직기자들과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 검열을 거부하다 해고된 1980년 해직 언론인들에 대한 연구 ‘해직기자들의 삶과 직업’(2010년)이라는 논문을 통해 해직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정치·언론사적 분석도 했다. 이런 관심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으로 생긴 해직 언론인들에게도 이어졌으며 공영방송의 정상화 작업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또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2017년)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왜 언론인 출신의 국회의원이 많은지 분석했다. ‘폴리티션’과 ‘저널리스트’의 합성어인 ‘폴리널리스트’는 한국적 현상으로 언론-정치 유착관계를 심화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선거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엔 “언론 비평을 앞세워 언론 혐오가 횡행하는 시대에, 제대로 된 길잡이를 잃었다”며 안타까워 하는 언론인들의 조사가 잇따랐다.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는 이날 페이스북 담벼락에 “늘 흐트러짐 없이 언론학자로서 올곧은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어떤 선택이 저널리즘을 위해 좋은 것인지 자신이 서지 않을 때 항상 물어보고 싶은 분인데, 너무 일찍 떠나셨네요. ‘너무 일찍'이라는 건 남은 사람들 마음이고, 몇 달 전에 뵀던 교수님 얼굴은 아주 편안했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남겼다.

유족은 남편 김상진씨와 딸 리현, 아들 장현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발인은 17일 오전 6시. (02)2227-7544.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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