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로 출범 2년을 맞은 강상현 위원장 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경. 방심위 제공
방송 통신 콘텐츠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오는 30일 언론학자 출신 강상현 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을 맞는다. 방심위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불공정 심의 잣대를 들이대 ‘검열기구’라는 오명을 들었다. 강상현 위원장은 2년 전 정치적 외압을 차단해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 심의’의 고리를 끊고 정상화 궤도에 올랐는지 평가해본다.
■ 6 대 3 위원회 사라졌나
방심위 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정부·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6 대 3 구조다. 심의 과정에서 논거 제시가 타당한지, 정치적 편향성은 없는지, 방송심의 규정 및 안건에 대한 숙지를 제대로 하는지 등이 늘 주목받는다. 전 정권에선 한국방송(KBS)의 <추적 60분> ‘천안함 사고 의혹’(2010년)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무죄판결의 전말’(2013년)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정치 현안을 다룬 프로그램이 올라오면, 대부분 여야 6 대 3으로 표가 갈려 ‘6 대 3 위원회’ 또는 ‘자판기 정치 심의’라는 혹평을 들었다.
현재 방심위에 대해선 여야가 바뀐 구조 속에 “청부·정치 심의는 비교적 줄고 인권·성인지적 관점, 청소년 보호 등의 측면에서 개선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으나 “지난해 꾸린 디지털 성범죄 대응 외에는 제재 수위가 들쑥날쑥하고 만만한 홈쇼핑만 중징계하며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부정적 목소리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정치 심의를 배제하겠다고 강조해도, 정당 추천을 받는 위원회 구성의 구조적 한계와 (정치적 이념에 따라 엇갈리는) 공정성을 따지는 심의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단했다.
■ 종편에 솜방망이 징계 여전
5·18 왜곡이나 편파·막말 방송 등으로 저널리즘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대해선 야당 추천 심의위원의 진영 논리가 작동해 정치 심의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승인 심사를 앞둔 종편은 3년 전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방심위의 법정 제재를 연간 4건 이내로 줄일 것을 조건으로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심의에 회부되는 종편사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를 의식한 심의위원들은 방송 소위 안건 논의 때 재승인 조건인 객관성과 품위 유지 조항은 뺀 채 전체회의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진 여학생 살인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뤄 방심위 안건에 오른 티브이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8년 6월25일 방영)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방심위에서 처리된 보도·시사 프로그램 안건 407건을 분석한 결과, 종편(243건)이 지상파(124건)에 견줘 2배 가깝게 상정됐으나 제재 수위는 행정지도에 쏠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보고서를 지난 23일 냈다. 방송사들이 가장 많이 위반한 심의규정은 객관성 조항으로 총 183건에 달했는데 티브이조선이 44건으로 전체 24%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안건 상정이 가장 많은 방송사는 티브이조선으로 총 92건이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많은 지적과 비판을 받은 티브이조선의 법정 제재가 수위가 가장 낮은 ‘주의 4건’에 그치는 등 심의 결과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방심위는 재승인을 앞둔 종편에 정확한 메시지를 줘야 함에도 너무 느슨한 심의로 전혀 변화가 없다. 정치 심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입장이 분명한 종편은 4·15 총선을 앞두고 노골적 편향적 보도에 나설 것이다. 심의를 하더라도 결과는 선거 끝난 뒤에 나와 이들에게 무서운 칼은 없다”고 우려했다.
■ 가짜뉴스 온상 유튜브 손도 못 대
정치권이 이번 총선에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방심위는 이를 통해 쏟아질 혐오·가짜뉴스 등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최소 규제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선거를 겨냥한 또 다른 정치 심의가 될 수 있다며 선을 긋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 논란에 이은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선거 기간 방송을 심의하는 방심위 산하 특별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으로 노출된 사안만 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문제는 방송사의 뉴스가 유튜브 라이브로 연동된다는 점이다. 유튜브 댓글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할 경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방송 심의 결과가 재승인 심사에 반영될지도 쟁점이다. 종편 재승인 조건인 법정 제재 4건 이하에서 2018년 지방선거 방송심의는 빠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강대인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은 “심의규정대로 법정 제재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만, 재승인 반영 여부는 방통위가 결정할 것이다. 유튜브와 관련해선 법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점이 있어 내부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시민단체는 새로운 플랫폼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방심위의 적극적 논의가 절실하다며 사회적 합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더 이상 5·18을 모욕하거나 명예훼손하는 민원이 나오지 않도록 방심위가 제 역할을 잘해야 한다”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자율규제 강화 등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