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교수에 쏠린 언론의 관심 서울대학교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16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열린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에서 황교수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분석] ‘황우석 논문의혹’ 보도 언론의 문제점
<문화방송>, <프레시안>, <한겨레>, <오마이뉴스>, 민주노동당.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누리꾼들로부터 ‘신을사오적’으로 불린 집단이다. 국가의 이름을 빛낸 ‘위대한 과학자’ 황우석 교수를 비판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 달리 ‘피디수첩’의 취재윤리를 지적한 <와이티엔>은 ‘애국언론’으로 불렸다. 일부 누리꾼은 ‘채널 11에 MBC대신 YTN을’을 외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간판 칼럼니스트는 지난 6일 “보통 사람들의 의구심은 ‘황 교수 죽이기’와 ‘PD수첩 옹호’론자들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며 그들끼리의 어떤 의견 통일 같은 것은 없는 것이냐에 쏠려 있다”며 “‘국익’이란 우리가 잘되기를 바라는 의지와 노력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어떤 결과에 대한 배타적 손익계산이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따졌다. 이 칼럼니스트는 과학윤리를 문제삼는 언론의 보도를 ‘황 교수 죽이기’는 물론 ‘국익’을 저해하는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황 교수=국익’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22일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돈으로 산 난자를 연구에 썼다는 사실을 보도한 뒤, 시작된 논란은 한 달 만에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다. ‘황 교수 죽이기’라며 목청을 높였던 조선일보도 16일치 1면에 “황교수 복제 줄기세포 없는 것 같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매국노’로 비판받았던 언론은 진실보도를 위해 노력한 ‘언론’이 되었지만 ‘애국언론’은 일주일 사이 ‘진실’을 다루지 않는 반쪽 언론이 됐다. 비뚤어진 한국언론의 이런 모습에 대해 백병규 미디어비평가는 <오마이뉴스>에 쓴 글에서 “한국 언론의 국치일”이라고 질타했다.
한국언론, 황 교수 논쟁을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언론은 왜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이런 차이를 보였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언론이 독자적인 취재보다는 황 교수팀의 말과 인터넷의 반응을 비중있게 소개하다 보니까 인터넷에서 애국주의 광풍도 아무런 여과없이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에 바탕을 둔 누리꾼의 집단주의는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에 문제를 제기한 ‘피디수첩’은 ‘국익’에서 거리가 먼 ‘매국노’ 취급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언론이 황 교수를 ‘영웅’을 만들어놓다 보니까 번복하는 보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언론학자는 “아직까지 명백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이상 의견을 내기 조심스럽다”면서도 “황 교수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이 여러 가지 논쟁 사안을 한가지로 다루면서 논쟁을 선과 악의 대결처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애초 다른 논쟁 사안이 낄 틈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난자매매-취재윤리-논문 진위문제로 옮아가는 흐름이었지만, 언론은 국익에 따라 황 교수 옹호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대형언론들이 아이러브황우석과 같은 2만7000명의 종교집단과 같은 누리꾼 세력을 문화방송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했고, 그들의 주장을 인용해 여론을 대표하는 것인 냥 혼란을 불렀다”고 말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언론들이 황우석을 키웠고, 황우석과 함께 무너졌다”며 “미디어 사회가 만들어낸 해프닝”이라고 잘라말했다.
돌팔매·광고주 압박보다 ‘진실’ 규명 위해 보도 하지만 몇몇 언론은 달랐다. 애초 논란을 던진 ‘피디수첩’은 일부 취재윤리에서 문제를 야기했지만 난자매매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황 교수팀이 2005년 사이언스에 개재한 논문의 진실 여부까지 검증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이런 ‘피디수첩’의 행동에 돌을 던졌다. 피디수첩에 광고를 냈던 광고주도 누리꾼의 압력에 모든 광고를 취소했고, 급기야 뉴스데스크까지도 광고가 빠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인터넷매체인 <프레시안>은 피디수첩의 문제제기 이전부터,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한 윤리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복제배아세포의 디엔에이 조작가능성, 김선종 연구원의 피디수첩 인터뷰 녹취록 공개 등 젊은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의혹까지도 자세히 소개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의혹을 보도해온 <한겨레>도 누리꾼들로부터 비판을 들으면서 관련내용을 보도했다. 국내 젊은 과학자들과 외신을 통해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잇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피디수첩’의 의혹제기는 힘을 얻어갔다. 급기야 문화방송은 15일 밤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라는 특별방송을 편성해 그동안 논란이 됐던 ‘PD수첩’의 줄기세포 관련 취재내용을 전면 공개했다. ‘취재윤리’문제로 방송이 중단됐던 피디수첩이 방송을 다시 내보낸 것은 첫 보도를 낸 지 24일 만이었다. 이런 진통에 대해 김창룡 교수는 “피디수첩이 결과적으로 기여를 했고, 진실을 추구하기가 어려운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합리적으로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는 보도의무가 있다” ‘국보급 과학자’에 대한 검증 자체는 그만큼 쉽지 않았다. 피디수첩의 첫 보도부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광풍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연구의 윤리문제와 논문의 진위 문제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돌팔매질이 뻔한 상황에서 보도를 이어갔다. 그동안 ‘피디수첩’ 쪽은 “취재과정에서 논문에 대한 결정적인 내용을 확보했다” 고 말했다. 15일 ‘피디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라는 특집방송에서 보도를 강행했던 이유에 대해 “황우석 교수의 2005년 5월 논문은 거짓으로 만들어졌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고,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창희 <프레시안> 편집국장은 일관된 보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우리가 확보했던, 그리고 확보해갔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며 “정보에 대한 자신이 있었고, 언론이라면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계속 보도해야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보도에 있어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무책임한 언론이라는 비판도 받았고, 광고주로부터 압박도 있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확보된 정보에 대해 엄청난 검증을 거친 끝에 보도했다”고 보도 뒷얘기를 전했다. ‘애국언론’서 또 다른 의혹의 대상으로 떠올라 <와이티엔> 녹취론 어디에도 ‘황우석을 죽이러 왔다’는 없어 이와달리 <와이티엔>은 사안에 깊숙이 개입해 ‘애국언론’에서 또 다른 의혹을 받고 있는 언론이 됐다. 피디수첩이 취재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어긴 사실을 보도해 여론을 바꾸었다. 하지만 보도의 성과도 잠시. 보도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과 김선종 연구원이 말을 바꾼 사실이 프레시안 보도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언론윤리’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와이티엔은 피디수첩이 김선종 연구원에게 “황우석을 죽이러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피디수첩 녹취록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보도되지도 않은 피디수첩의 내용에 대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해 그 배경에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문화방송과 다른 언론과의 대립적인 상황에서 와이티엔의 이런 보도는 편들기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와이티엔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15일 이후 황 교수의 과거 업적까지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애초 입장을 바꿔 흐름에 편승하는 언론도 여럿 됐다. <조선일보>는 황 교수 관련 첫 논란이 시작됐을 때 “이미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지난 12일에는 “검증밖에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일보는 ‘피디수첩’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그대로 보도했다. 피디저널리즘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황 교수의 옹호에 나섰던 조선일보도 15일치 신문 1면에 “황교수 복제 줄기세포 없는 것 같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익·우상에 기댄 보도는 “진실추구의 걸림돌”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황 교수 관련 언론보도는) 언론들이 사안에 너무 깊숙이 개입해 감정이입이 이뤄져 신중성이 결여됐다”며 “피디수첩은 사안을 다루면서 취재윤리를 어기는 등 신중하지 못했고, 다른 언론은 정치적인 성향과 문화방송에 대한 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김창룡 교수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국익이나 우상 등 여론에 편승한 보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진실추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16일 논평을 내어 피디수첩의 방송에 대해 “‘줄기세포의 존재'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판단한다”며 “우리는 다시 한 번 끈질긴 추적탐사보도로 진실을 규명하려고 노력을 다했던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경의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돌팔매·광고주 압박보다 ‘진실’ 규명 위해 보도 하지만 몇몇 언론은 달랐다. 애초 논란을 던진 ‘피디수첩’은 일부 취재윤리에서 문제를 야기했지만 난자매매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황 교수팀이 2005년 사이언스에 개재한 논문의 진실 여부까지 검증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이런 ‘피디수첩’의 행동에 돌을 던졌다. 피디수첩에 광고를 냈던 광고주도 누리꾼의 압력에 모든 광고를 취소했고, 급기야 뉴스데스크까지도 광고가 빠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인터넷매체인 <프레시안>은 피디수첩의 문제제기 이전부터,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한 윤리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복제배아세포의 디엔에이 조작가능성, 김선종 연구원의 피디수첩 인터뷰 녹취록 공개 등 젊은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의혹까지도 자세히 소개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의혹을 보도해온 <한겨레>도 누리꾼들로부터 비판을 들으면서 관련내용을 보도했다. 국내 젊은 과학자들과 외신을 통해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잇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피디수첩’의 의혹제기는 힘을 얻어갔다. 급기야 문화방송은 15일 밤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라는 특별방송을 편성해 그동안 논란이 됐던 ‘PD수첩’의 줄기세포 관련 취재내용을 전면 공개했다. ‘취재윤리’문제로 방송이 중단됐던 피디수첩이 방송을 다시 내보낸 것은 첫 보도를 낸 지 24일 만이었다. 이런 진통에 대해 김창룡 교수는 “피디수첩이 결과적으로 기여를 했고, 진실을 추구하기가 어려운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합리적으로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는 보도의무가 있다” ‘국보급 과학자’에 대한 검증 자체는 그만큼 쉽지 않았다. 피디수첩의 첫 보도부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광풍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연구의 윤리문제와 논문의 진위 문제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돌팔매질이 뻔한 상황에서 보도를 이어갔다. 그동안 ‘피디수첩’ 쪽은 “취재과정에서 논문에 대한 결정적인 내용을 확보했다” 고 말했다. 15일 ‘피디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라는 특집방송에서 보도를 강행했던 이유에 대해 “황우석 교수의 2005년 5월 논문은 거짓으로 만들어졌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고,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창희 <프레시안> 편집국장은 일관된 보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우리가 확보했던, 그리고 확보해갔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며 “정보에 대한 자신이 있었고, 언론이라면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계속 보도해야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보도에 있어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무책임한 언론이라는 비판도 받았고, 광고주로부터 압박도 있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확보된 정보에 대해 엄청난 검증을 거친 끝에 보도했다”고 보도 뒷얘기를 전했다. ‘애국언론’서 또 다른 의혹의 대상으로 떠올라 <와이티엔> 녹취론 어디에도 ‘황우석을 죽이러 왔다’는 없어 이와달리 <와이티엔>은 사안에 깊숙이 개입해 ‘애국언론’에서 또 다른 의혹을 받고 있는 언론이 됐다. 피디수첩이 취재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어긴 사실을 보도해 여론을 바꾸었다. 하지만 보도의 성과도 잠시. 보도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과 김선종 연구원이 말을 바꾼 사실이 프레시안 보도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언론윤리’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와이티엔은 피디수첩이 김선종 연구원에게 “황우석을 죽이러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피디수첩 녹취록 어디에도 이런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보도되지도 않은 피디수첩의 내용에 대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해 그 배경에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문화방송과 다른 언론과의 대립적인 상황에서 와이티엔의 이런 보도는 편들기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와이티엔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15일 이후 황 교수의 과거 업적까지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애초 입장을 바꿔 흐름에 편승하는 언론도 여럿 됐다. <조선일보>는 황 교수 관련 첫 논란이 시작됐을 때 “이미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지난 12일에는 “검증밖에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일보는 ‘피디수첩’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그대로 보도했다. 피디저널리즘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황 교수의 옹호에 나섰던 조선일보도 15일치 신문 1면에 “황교수 복제 줄기세포 없는 것 같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익·우상에 기댄 보도는 “진실추구의 걸림돌”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황 교수 관련 언론보도는) 언론들이 사안에 너무 깊숙이 개입해 감정이입이 이뤄져 신중성이 결여됐다”며 “피디수첩은 사안을 다루면서 취재윤리를 어기는 등 신중하지 못했고, 다른 언론은 정치적인 성향과 문화방송에 대한 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김창룡 교수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국익이나 우상 등 여론에 편승한 보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진실추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16일 논평을 내어 피디수첩의 방송에 대해 “‘줄기세포의 존재'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적 증거를 제시했다고 판단한다”며 “우리는 다시 한 번 끈질긴 추적탐사보도로 진실을 규명하려고 노력을 다했던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경의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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