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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알 권리와 취재윤리 어느것이 앞서나

등록 2005-12-12 16:39수정 2006-01-17 01:53

언론재단ㆍ언론법학회 토론회서 공방

MBC 'PD수첩'의 황우석 교수팀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 보도를 중심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취재의 윤리를 짚어보는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언론재단과 한국언론법학회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김옥조 한림대 교수는 "이번 MBC 사태는 보도 내용의 크기에 비해 취재 수단과 방법이 너무나 허술했기 때문에 일어났지만 그 씨앗은 우리 언론 전체가 오랫동안 배태하고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황우석 교수의 업적이 엄청나면 엄청날수록 그 연구과정에 무슨 허점은 없었는지 평시에 언론이 조금이라도 걸러주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MBC가 이 정도로 반향이 큰 내용을 터뜨리려고 했으면 그 과정도 깔끔했어야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의욕 과잉이 빚은 결과인지 모르며, 의욕 과잉과 관리 부실이 구조화돼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일본 오사카 고등재판소의 취재ㆍ보도윤리에 대해 회사의 관리체제에 책임을 부과한 판례를 소개했다.

그는 "오사카의 한 주간지가 자주 취재윤리를 어겨 소송을 당하자 기자에 대해서는 행위자로, 출판사에 대해서는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고 이와 별도로 사내에 위법행위의 발생을 막을 관리체제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직무집행에 있어 중과실이 있다'며 출판사 대표에게 상법상의 책임을 중복적으로 지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알 권리는 언론의 권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항해 국민 개개인이 주권자로서 공적 의견 형성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로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발제를 맡은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정보취득 과정이 불법이라고 해서 그 내용과 상관 없이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불법한 방식으로 정보를 취득한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면 그 공익과 보도함으로써 발생하는 해악을 비교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고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PD수첩'의 황우석 교수팀 보도를 비교형량하면 보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함부로 말하기 어렵지만 'PD수첩' 진위 논란의 대상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핵심일 텐데 황 교수의 업적은 굉장히 크게 쌓아온 것"이라며 "'PD수첩'의 보도가 황 교수 업적 전체의 진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희망을 건드렸기 때문에 보도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해악이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형상 변호사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위한 전문 아카이브(정보자료실)를 설치해 특정 주제에 대해 중립적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 등의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우리나라의 기자들은 '팩트 신앙'에 빠져 있다"며 "자신이 보고 들었던 사실이 대충 정황이 맞으면 그것을 진실의 전부로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리강령은 더 철저해야 하고 실천적으로 돼야 한다"며 "징벌조항은 하나도 없고 징계를 위한 위원회가 없어 후속조치는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지금쯤 'PD수첩'의 제보자가 등장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제보자의 신원 보장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지불한 비용만큼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단지 'PD수첩'이나 PD저널리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저널리즘 저반의 문제"라며 "취재과정의 윤리 위반이 있더라도 내용은 보도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강압취재로 인해 증언이 잘못됐기 때문에 공신력이 떨어져서 보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영 고려대 교수는 "언론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언론의 목표는 윤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취재의 자유를 넓히는 것"이라며 "'몰래카메라'나 잠입취재 등 취재윤리와 관련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피츠버그대 연구원 인터뷰를 보도한 김진두 YTN 기자도 발제자로 예정됐으나 취재일정을 이유로 불참했으며 메모 형식의 자료로 발표를 대신했다.

김준억 기자 justdus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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