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논란이 인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의 ‘북한 취재비 1만달러 요구’ 보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소위에서 객관성 위반을 들어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받았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21일 회의를 열어 티브이조선 보도본부 소속 정석영 부국장과 강상구 정치부장의 의견진술을 듣고 다수결로 이렇게 결정해 전체회의로 넘겼다. 티브이조선은 지난달 19일 <뉴스7>에서 ‘단독’이라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비로 미국 언론에 1인당 1만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방송소위에 나온 강상구 정치부장은 “내가 기사를 쓰다시피한 것”이라며 이 기사의 작성자가 당시 리포트를 한 엄성섭 기자가 아니라 본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티브이조선은 취재기자, 쓰는 기자, 읽는 기자가 다르냐”는 심의위원의 비판에 “취재원 보호를 위해 그런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취재기자가 드러나면 취재원이 밝혀질 수 있다며 취재와 기사 작성, 리포트(읽기)를 분리했다는 것이다.
티브이조선은 이 보도가 미국 언론인 2명과 북한 관료를 취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기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신뢰할 만한 언론인”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이 언론인들은 실제로 풍계리 취재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내외 다른 언론들은 <시엔엔>(CNN)의 윌 리플리 기자 등 직접 풍계리를 취재한 외신 기자들로부터 그런 돈을 낸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날 심의에선 북한이 비자명목으로 그런 거액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윤정주 심의위원은 “북한이 1만달러를 사증명목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하면 여기서 북한은 공식기관을 말한다. 시청자로선 답답하다. 근거자료도 없이 단정적으로 쓰는 것은 기자의 자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심영섭 위원도 미국은 북한과 수교국가가 아니어서 비자비용이 영국 등 수교국과 달리 비싸다는 점을 들어 사회주의권의 브로커 비용을 좀더 확인해서 보도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심 위원은 “사증비용에 브로커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보도는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읽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국가로 진입하기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외신기자를 초청하면서 1만달러를 요구하는 것이 북한의 공식적 뜻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질의했다. 티브이조선 쪽은 “‘네고 비용’이다. 요구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랐다”고 답했다.
의견진술을 들은 뒤 소위 심의위원 5명 중 2명(윤정주·허미숙)은 ‘경고’, 1명(심영섭)은 ‘주의’ 의견을 냈다. 경고·주의는 법정제재로 매년 시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야당 추천 인사인 전광삼·박상수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앞서 티브이조선은 취재원 보호 등을 이유로 의견진술 비공개를 요구했으나 허미숙 소위원장은 “국민의 알권리와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 비공개보다 공익에 맞다”며 공개를 결정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 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