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한국방송>(KBS) 기자협회장(왼쪽)과 정필모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한국방송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1년 6월 있었던 <한국방송> 기자의 민주당 비공개 회의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방송>(KBS)의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재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6년 만에 진실 규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 한제희)는 20일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의 피고발인인 임창건 한국방송 아트비전 감사(사건 당시 보도국장)를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도청 의혹 사건은 2011년 6월23일 오전 당시 민주당 대표실에서 있었던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관련 비공개 회의 내용을 한국방송 쪽이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수해 한나라당에게 넘겨줬다는 의혹이다. 비공개 수신료 회의 내용을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회의에서 ‘녹취록’이라며 공개해 도청 논란이 제기됐다.
사건 당시 보도국장이던 임 감사는 이 사건의 핵심 관련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뉴스타파>는 임 감사가 “케이비에스가 한나라당에 (녹취록을)줬다”고 증언한 것을 보도했다. 같은 달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등은 이 사건 당시 보도본부장이던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임 감사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 감사는 피고발인 중 첫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임 감사는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뉴스타파>보도는 한국방송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개인적 느낌을 얘기한 것인데 짜깁기돼 새로운 증언인 것처럼 돼 버렸다”고 반박한 바 있다.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방송 기자협회의 도청 의혹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11년 6월 사건 당시 장아무개 기자에게 수신료 회의와 관련해 “녹음을 하든지 녹취를 하든지 취재해 오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해 발표했다. 장 기자는 6년 전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또 조사위는 고 사장이 2011년 7월 임원회의에서 도청 의혹을 두고 “언젠가 진실이 드러나면 핵탄두다. 회사 불이익과 관련돼 얘기 안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고도 발표했다. 이는 김인규 전 한국방송 사장 재임 때 작성된 임원 회의록을 통해 공개됐다.
아울러 2011년 이명박 정권이 개입해 이 사건 은폐를 도왔다는 논란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이명박 정권 청와대 문건에는 이 사건의 수사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1년 9월 청와대가 작성한 ‘케이비에스 관련 검토사항’ 문건에는 ‘도청 의혹 사건은 경찰수사 발표(무혐의처리)를 통해 부담 경감’이라고 돼 있다. 경찰은 2011년 11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고 사장과 한 의원 등 이 사건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결국 7년 전 수사당국은 관련자 모두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고 사장은 지난 11일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2011년 도청 의혹 사건은 수사를 철저히 받아 무혐의 판단을 받은 사건이다. 근거 없이 과장·왜곡된 것”이라면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방송 쪽도 “(사건)당시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한국방송 기자가 도청 의혹에 연루됐을 수 있음을 가정하거나 암시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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