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지진에도 드라마 등 정규방송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최강 지진이 발생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난보도 대응은 여전히 낙제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신속하게 재난정보를 제공해야 할 방송사들이 국민이 느끼는 위험과 심각성은 외면한 채 한가하게 드라마 등 정규방송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KBS)은 12일 저녁, 지진이 발생한 시각에 중간에 지진 관련 자막이나 짧은 특보를 내보내기는 했지만 일일드라마 ‘별난가족’을, <문화방송>(MBC)은 ‘워킹맘 육아대디’를, <에스비에스>(SBS)는 8시 뉴스 이후 ‘생활의 달인’ 등 정규방송을 이어갔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한국방송은 채널이 두개인 만큼 정규 편성을 취소하고 바로 특보체제로 돌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9시뉴스 이후 특집방송을 편성해 뒷북이라는 항의를 받았다. 한석현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팀장은 “공영방송들의 재난방송에 대한 대처가 크게 미흡했다. 위기 상황에 어떻게 드라마를 그냥 계속 할 수가 있느냐. 재난 상황에 대한 학습효과도 없이 사태가 생길 때마다 반복 지속되고 있다”며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안심하고 정확한 정보를 받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사들의 늑장 대응은 정부 콘트롤 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정부가 신속한 공식 발표를 내놓지 못한 데다, 언론사가 확보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영상도 없어서 방송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한국방송은 “지진 발생 초기에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있어 특보를 계속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방송사들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전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재난보도의 목적인데 이런 구실을 하지 못하면 유언비어가 난무하거나 각종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지만 언론이 또 허둥댔다. 훈련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입증됐다. 재난은 예기치 않은 시각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재난방송이 제대로 되려면 정보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기상청과 국민안전처 등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국민에게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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