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의 6월22일치 1면
대구경북 지역의 종합일간지인 <매일신문>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이 사실상 백지화된 다음날인 22일 신문 1면을 항의성 백지로 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매일신문은 이날 1면에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는 작은 글씨의 문장만 남기고 전 지면과 광고를 모두 비운 채 백지로 내보냈다. 신문 지면 1면을 백지로 발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974년, 박정희 정권 유신체제의 언론 탄압으로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기로 했던 기업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무더기로 해약하자 이 신문이 광고를 백지로 내보낸 광고 백지사태가 있었다.
매일신문은 이날 2면을 통해 백지 발행 이유를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가슴이 무너지고 통분에 떠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것”으로 “신공항 건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정부에 대한 시도민의 강력한 항의·규탄 뜻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지역의 한 인사는 “발표 전날까지 유력했던 밀양이 막판에 뒤집히자 ‘우리가 봉인 줄 아냐’며 장난친 박근혜 정부에 화가 난 지역의 지배적 정서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계나 학계에선 지역 언론이 공동체 가치와 이익을 대변할 수 있으나 냉정한 관찰자 역할을 포기하고 지역 현안에 지나친 개입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사가 지역의 정치적 현안에 대해 지면을 통해 견해를 충분히 밝힐 수 있을 텐데, 심판 구실 대신 직접 선수로 뛴 행위다. 지역에서는 호감을 받을지 모르지만 언론으로서 위상과 신뢰가 추락하게 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 신문은 백지 발행과 관련해 “신공항 유치 실패에 대한 매일신문의 깊은 책임의식과 사과·반성도 같이 담겨 있다”고 밝혀 지역 현안에 과도하게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저널리즘을 수호해야 할 이 신문의 기자들이 이에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도 관심사다.
지역 언론이 국가 전체의 큰 틀에서 바라보는 비전을 가지지 못하면 자칫 지역 공동체의 프로파간다로 전락하여 성숙하지 못한 지역저널리즘의 행태가 되풀이 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지역 공동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언론으로서도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