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채널 <와이티엔>(YTN)이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해고됐다 6년여 만에 복직된 기자 3명에게 다시 징계를 내려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는 4일 열릴 이사회에서 해직사태 해결과 공정보도 등을 담보할 수 있는 임원 선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 때 불거진 ‘방송 장악’의 첫번째 주자는 와이티엔이었다. <문화방송>(MBC)이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장기 파업을 벌인 2012년보다 4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2008년의 일이다. 그해 7월 와이티엔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방송특보 출신인 구본홍씨가 내려왔다. 노조는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고 사쪽은 이를 주도한 기자 6명을 해고했다.
구 사장 후임으로 2009년 8월에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배석규 전무는 7년 전 노사 합의로 만든 보도국장 복수추천제를 폐지하며 보도 공정성 보장을 위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2009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은 노조가 벌인 출근 저지 투쟁에 대해 “공정보도의 원칙과 정치적 중립이 저해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한 행위”라며 해고자 전원 복직 판결을 내렸으나, 당시 배석규 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직자들의 고통보다 정권 쪽에 ‘채널’을 맞춰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갔다.
2014년 11월 대법은 권석재·우장균·정유신씨 등 3명에게만 해고 무효를 판결했다. 노종면·조승호·현덕수씨는 해직자 신분을 털지 못했다. 하지만 복직자 3명도 시련이 끝난 건 아니었다. 사쪽은 이들에게 기존에 징계받은 자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정직 6개월 처분 뒤 재심을 통해 지난해 1월, 정직 5개월을 소급적용했다. 노조는 다시 소송에 들어갔다. 지난 1월14일 서울서부지법은 “이미 6년 동안 고통을 받았다”며 재징계 무효 판결을 내렸다. 사쪽은 “납득할 수가 없다”며 1월2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징계는 배석규 전 사장 때 일어난 일이지만 항소를 결정한 건 조준희 현 사장이다. 조 사장은 기업은행장 출신으로 배 전 사장이 재임 6년 동안 흑자 기업을 적자로 만든 뒤 ‘경영 잘하는 사람’의 기대를 받고 들어온 인물이다. 비교적 합리적이고 직원들과 개별 면담 등 소통과 화합을 내세우면서 노조와도 크게 대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내에서 항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세였는데 이를 외면했다. 조 사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후에는 강경파 임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문화방송의 ‘백종문 녹취록’처럼 극우 인터넷매체와의 부당거래 의혹에 오르기도 했다. 노조는 “보복 징계 남발로 이른바 공포 통치를 펼쳤던 배석규 전 사장 때와 무엇이 달라졌는가”라고 비판했다.
보도에 대해서도 내부 불만이 터져나온다. 보도의 공정성보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 중립만 신경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들도 자기검열에 사로잡혀 ‘기사가 안 나가는 것보다는 약하게 써서 나가는 게 낫지’라는 자조적인 반응을 하고 있다. 한 기자는 “와이티엔만이 할 수 있는 보도보다는 다른 데서 하면 따라가거나 주요 기사에 침묵하는 등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도원 공정보도추진위원장은 “‘왜’가 실종된 보도가 많다. 위안부나 교과서 국정화 등의 보도는 정부와 반대되는 여론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보도채널 후발주자인 <연합뉴스티브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청률이 밀리기 시작해 와이티엔의 위기의식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정체 분위기 극복과 보도국 운영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가 기자협회 주최로 9일 열릴 예정이다.
와이티엔 안팎에서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나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 공정 보도를 담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영희 노조 위원장은 “올해는 임금·단체협상을 함께 하는 해이다. 사장 선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추위 도입 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