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광장 4월17일 ‘뉴스해설’ 인터넷 화면 캡처
<한국방송>(KBS)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해설을 수정할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20일 성명을 내어 “지난 17일 케이비에스1 아침 메인뉴스인 <뉴스광장>의 ‘뉴스해설’ 코너에 ‘이 총리 결단해야’라는 제목의 뉴스해설이 녹화까지 마치고 나갈 예정이었으나, 제목과 원고가 바뀐 채 다른 해설위원의 뉴스해설이 나갔다”고 주장했다. 바뀐 해설의 제목은 ‘국정 혼란 우려된다’였다. ‘뉴스해설’은 신문의 사설에 해당한다.
새노조는 “16일 저녁 8시가 넘어서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해설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초 방송 예정이던 해설의 ‘제목과 클로징이 아직 이 시점에서는 빠르다’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16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한 날이다. 새노조는 “그동안 ‘뉴스해설’은 해설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본부장에게도 해설의 내용은 물론 제목조차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해설을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케이비에스 방송편성규약’ 위반이자 심각한 공정방송 저해 행위다”고 주장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애초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앞으로 열흘간 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는데 자신의 코앞에 닥친 현안들 때문에 과연 국정이 눈에 들어올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는 내용의 해설이 “이완구 총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동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잘 이끌어줄 것과 온갖 의혹에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달라는 뜻일 것이다”라고 바뀌었다.
새노조는 “17일 아침에는 보수 조간신문들도 이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보수지들조차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민심의 흐름을 공영방송 케이비에스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한 현 상황에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강 본부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케이비에스와 보도본부 구성원들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조대현 사장이 만약 연임을 꿈꾸고 있다면 그 길은 권력 눈치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정방송의 확립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케이비에스 관계자는 “해설 기사가 바뀐 것은 맞다”면서도 “16일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만남이 갑자기 성사되면서 강 본부장이 해설위원실과 협의를 통해 해설 기사의 업데이트를 주문한 것이지 일방적인 수정 요구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