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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언론들 미문화원 점거에 ‘용공좌빨’ 덧칠 / 이룰태림

등록 2014-05-13 19:05수정 2018-05-10 13:49

1985년 10월 고 김근태 민주화청년연합 의장을 비롯한 양심수에 대한 공안당국의 살인적인 고문 사실이 폭로되면서 재야·정치권·종교계 등이 함께한 최초의 연대기구인 ‘고문·용공조작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사진은 그해 10월17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문공대위 결성식에서 민통련 의장 문익환 목사가 의견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1985년 10월 고 김근태 민주화청년연합 의장을 비롯한 양심수에 대한 공안당국의 살인적인 고문 사실이 폭로되면서 재야·정치권·종교계 등이 함께한 최초의 연대기구인 ‘고문·용공조작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사진은 그해 10월17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문공대위 결성식에서 민통련 의장 문익환 목사가 의견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이룰태림-멈출 수 없는 언론자유의 꿈 (92)
1985년 5월23일 서울지역 5개 대학생 73명이 서울 미국문화원 2층 도서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학생들은 “광주학살 지원 책임지고 미국 행정부는 공개 사과하라”, “미국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미국 국민은 한-미 관계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발칵 뒤집혔다. 학생들은 “5월28일 맞은편 롯데호텔에서 남북 적십자회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김영삼·김대중 ‘양김씨’의 설득에 따라 농성 나흘째인 5월26일 스스로 나왔으나 25명이 구속되었고, 전학련 의장이자 서울대 총학생회장 김민석, 전학련 삼민투위 위원장이자 고려대 총학생회장 허인회, 전학련 선전국장이자 연세대 총학생회장 정태근, 전학련 사무국장이자 서강대 총학생회장 이해식, 전학련 서울지역평의회 의장이자 성균관대 서울지역 총학생회장 오수진, 연세대 광주사태 진상규명투쟁위원회 위원장 박선원, 성대 삼민투위 위원장 고진화, 성대 수원분교·전학련 중부평의회 의장 전순필,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자 호남평의회 의장 오병윤, 부산대 총학생장이자 전학련 영남평의회 의장 이병탁, 서울대 광주투위 위원장 함윤식, 고대 광주투위 위원장 이장훈 등 12명은 수배되었다.

전두환의 공안당국은 ‘전학련’과 그 산하단체인 ‘전학련 민족통일 민주쟁취 민중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위)가 이 사건을 주도하고, 그 배후로 서울대 지하운동조직 ‘민주화추진위원회’를 지목하고는, 그 배후의 배후로 ‘민청련’에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제도언론들은 문화원 점거 학생들에게 “용공 좌빨”의 올가미를 씌우는 데 총동원되었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는 <말>을 통해 제도언론들과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해 6월15일치 창간호에서 “학생들의 농성은 광주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새롭게 했으며 ‘광주’가 80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민족적 부채임을 다시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공안당국은 삼단논법으로 민청련도 수사했다. 민청련은 그해 4월24일 전두환의 두번째 방미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민주화의 길>(85년 5월13일 제9호)에 “미국은 과연 한국 민중의 벗인가?”라는 시론을 실었다. “우리는 한국군의 지휘권을 미국이 가진 상태에서 카터 정권이 묵인 내지 방조한 80년의 광주학살극을 기억하고 있으며, 미국 보수세력의 이기적 국익추구와 80년 광주학살극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관련자들이 반국가 사범으로 아직도 옥중에 있음을 알고 있다. … 이번 방미에서도 미국 보수세력의 한반도 예속화 음모는 정치·군사·경제·외교의 모든 측면에서 노정될 것이며 이를 위한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바, 이 모든 음모는 명백히 거부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전두환 정권은 “한국 반미운동의 진원지는 민청련이다”고 선전하며, 민추위의 문용식·박문식·안병룡·윤선주·박승현 등과 민청련의 고 김근태 의장, 이을호 제2기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연행해 살인적인 고문을 가했다.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은 김근태로부터 “문용식을 통해 서울대 ‘민추위’로 하여금 학내외 시위와 노사분규를 배후조종하도록 지령했다”는 허위자백을 받아냈고, 제도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생적 사회주의 집단”, “김근태는 적색분자”라고 대필했다. 김 의장은 고문 상처로 생긴 딱지를 휴지에 싸 모아 85년 9월26일 면회 온 부인 인재근(현 국회의원)에게 전달해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존재를 폭로했다. 이를 보고받은 민청련은 9월27일 기독교회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항의농성에 들어갔다. 보름 뒤인 10월15일부터는 인재근과 민청련과 민통련 회원, 구속학생 부모들이 경찰이 폐쇄하고 있던 민청련 사무실로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교회협의회 인권위 총무 권호경 목사가 재야 민주화운동
성유보(필명 이룰태림·71) 희망래일 이사장
성유보(필명 이룰태림·71) 희망래일 이사장
과 종교계, 야당 정치권을 한자리에 모아 결성한 것이 ‘고문·용공조작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고문공대위)이다. 85년 10월17일 기독교회관 소회의실에서 결성된 초기 ‘고문공대위’는 고문에 함석헌 홍남순, 공동대표에 문익환·계훈제·박형규·송건호·김승훈·성래운·김영삼·김대중·이민우가 추대됐다. 실행위원으로는 사회선교협의회의 이길재, 민통련의 이부영과 성유보, 가톨릭의 윤순녀와 이명준, 개신교의 배종열·최종진·박준철, 민추협 상도동계의 최형우·김동영·박찬종, 동교동계의 김병오·한영애·한광옥이 선임되었다.

고문공대위는 민통련을 중심으로 하는 범재야운동, 가톨릭·개신교·불교계 등 범종교계, 야당 정치인들이 연대한 최초의 민주화운동 조직이었다.

성유보(필명 이룰태림·71) 희망래일 이사장

정리도움 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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