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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최루탄 박힌 채 발견된 김주열의 주검 / 이룰태림

등록 2014-01-12 19:20수정 2018-05-10 11:28

1960년 4월11일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던 고교생 김주열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제2 마산의거’가 일어났다. 그날 오후 고교생과 수만명의 마산 시민들이 몰려나와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1960년 4월11일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던 고교생 김주열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제2 마산의거’가 일어났다. 그날 오후 고교생과 수만명의 마산 시민들이 몰려나와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이룰태림-멈출 수 없는 언론자유의 꿈 ⑧
이승만과 자유당은 ‘3·15 마산시민 의거’에 대한 진상 규명과 수습 과정에서 치명적 과오를 저질렀다.

이강학 치안국장은 3월17일 “마산사건이 공산당 수법과 유사한 수법에 의하여 이루어진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기붕 국회의장은 “총을 줄 때는 쏘라고 준 것이지 가지고 놀라고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포 경찰을 비호하기 위해서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3·15 선거와 마산사건’에 대한 담화에서 “비교적 규율 있는 선거가 실시되던 중 선거 날 마산에서 지각없는 사람들의 선동으로 다소 난동이 일어나 살상자가 나게 된 것은 국민과 더불어 유감으로 생각하는 바이다. 보고를 들으면 특히 마산에서 일어난 난동에는 철없는 어린아이들을 앞장세워 돌질을 하고 경찰을 습격하고 방화하며 가옥을 파괴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는 서로 자성 자계하여 두 번 다시 이러한 난동이 없게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3월19일)

이승만 대통령의 눈에는 “내 표를 돌려 달라”는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난동’으로, “짓밟히는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라도 나서야겠다”며 길거리로 나선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돌질’로 비치는 모양이었다. 국민들로부터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자산을 훔쳐가려는 도둑이, 도둑을 잡기 위해 나선 국민들을 오히려 폭력사범으로 몰아붙이는 꼴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마산사건대책위원회는 마산 시위 과정에서 반공청년단과 정치깡패들에게 카빈총 30정이 지급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마산의거’에서의 ‘유혈사태’ 충격이 워낙 심각한 탓이었는지, 고교생 데모는 4월 초순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3월16일 진해여고, 충무중, 영남상고, 해동고, 건국상고 학생들의 시위, 3월24일 부산고교 학생 1000여명의 시위, 3월25일 부산 동성중·고 학생 300여명의 시위, 부산 경남공고, 혜화여고생 100여명의 시위, 4월6일 민주당과 민권수호국민총연맹 등이 서울시청 앞에서 연 ‘3·15 부정선거 규탄시위’, 4월9일 부산에서 있었던 민주당 경남도당의 ‘3·15 불법선거 규탄시위’ 등이 고작이었다.

이러한 잠정적 소강상태를 깨뜨린 것은 ‘3·15 마산시민 의거’ 때 실종되었던 김주열군이 4월11일 아침 한 낚시꾼에 의해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김주열은 눈부터 뒤통수까지 최루탄이 박힌 채 주검으로 떠올랐다. 전북 남원 출신의 김주열은 마산상고 학생으로 데모에 참가했다가 실종되었는데, 그의 어머니(권찬주)는 아들을 찾기 위해 마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하고 있었다. 당시 김지태가 사주였던 <부산일보>는 이 처참한 김주열 사진을 1면 톱으로 보도하는 한편, 모든 신문 방송에 ‘풀’로 제공하였다. 김주열의 눈에 박힌 최루탄은 평화적 시위에 사용되는 무기가 아니라 무장폭도 진압용임이 밝혀졌다.

4월11일 오후 ‘제2차 마산의거’가 일어났다. 죽은 김주열이 고등학생 신분이어서 그런지, 중고생들을 둔 학부모들이 시위에 대거 참가했다. 어머니들은 “죽은 자식 내놓아라”, “나도 죽여달라”라고 울부짖었다. 오후 6시에는 시위 군중이 3만명이나 되었다. 마산의 고교생 대부분과 해인대생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저녁 7시30분에 ‘통행금지’가 선포되었고, 경찰은 밤 9시30분 다시 발포를 했다. 2명이 사망했다. 시위대의 구호가 격렬해졌다. “이승만 정권 물러가라”, “이기붕을 죽여라”, “학살경관 처단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1000여명이 체포·연행되어 32명이 구속되었다.

최인규를 대신하여 새로 내무장관이 된 홍진기는 “마산 소요에 5열 개재 혐의가 있다”, “적색분자들의 준동 혐의를 과학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고, 이승만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고 조종된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성유보(필명 이룰태림·71) 희망래일 이사장
성유보(필명 이룰태림·71) 희망래일 이사장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이 “공산당 배후”를 지목하거나 말거나, 반정부 데모는 ‘제2차 마산의거’ 이후 확대되기 시작했다. 4월12일에는 마산공고, 창신고교, 마산여고, 제일여고, 마산고, 마산상고 등 대부분의 마산 소재 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대구와 청주에서는 민주당원들이 시위에 나섰다. 4월13일에는 마산 해인대생, 성지여자중고, 마산여자중고 학생들이, 4월14일에는 진주 진양고 학생들이, 4월15일에는 마산상고와 마산고 학생들이, 4월16일에는 청주공고 학생들이, 4월17일에는 인천시 민주당원들이 시위에 나섰다.

성유보(필명 이룰태림·71) 희망래일 이사장
정리 도움/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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