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대선 보도 편파성에 대해 ‘1987년 대선이 재현된 것 같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여당의 노태우 후보와 야권의 김영삼·김대중·김종필 후보가 맞선 1987년에도 야권 단일화 논의가 뜨거웠다. 방송에서는 연일 ‘야권 후보들은 오늘도 이전투구’라는 식의 제목에 이들이 인상을 찌푸린 표정을 자주 내보냈다. 반면 노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많이 나왔다.
<문화방송>(MBC)은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가장 비우호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고 있다. 이재훈 문화방송 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1995년 이후 입사한 기자들 대부분이 대선 보도 모니터를 하는데 ‘매우 불공정·편파적’이라는 의견과 함께 ‘참담하다’, ‘해도 너무한다’는 소회를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에 유리한 이슈는 근거가 부족해도 부각시키고 야권에 유리하면 간략히 넘어가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기사 가치를 판단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 방송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선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듯한 태도다. 보도 양이 2007년 대선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확 줄었을 뿐 아니라 다른 시사 프로그램을 통한 기획 보도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여야 후보간 토론도 박근혜 후보 쪽에서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의 법정 토론만 한차례 했을 뿐이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대선을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면 현 정부의 5년을 비판하거나 공과를 평가하게 되고 그러면 특정 후보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 속에 방송들이 공적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선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낮은 투표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부 언론학자들은 방송사들의 편파 보도는 미래 권력에 대한 줄서기의 성격이 있다고 본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번 대선 방송은 꼭 1987년 때를 보는 것 같다. 미래 권력에 다가선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상파 방송들의 줄서기는 방송의 민주화가 내재화·제도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방송 현장에서 권력을 감시·견제하지 못하는 한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최문호 한국방송 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사내에서 탐사보도팀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제작 자율과 방송 독립성에 관한 체험을 한 사람이 많지 않다. 기자로서 갖춰야 할 규범이나 공정성 등은 추상적 논의로 그치고, 지시가 내려오면 그냥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낙하산 사장은 내부 신망이 떨어지는 등 약점이 있기 때문에 친여적 보도로 살길을 찾는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정권이 서더라도 초연하게 방송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장 선임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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