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몰아붙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토론 태도를 깎아내리며 ‘발끈’했다.
4일 밤 토론에서 이 후보는 “권력형 비리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박 후보가 이사장이던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씨를 협박해 뜯어낸 장물이 아닌가. 새누리당은 비리가 굉장히 많은데 박 후보 지지율 지키느라 꼬리 자르기 하지 않냐”며 박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후보는 특히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서 받은 6억원을 거론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벌로부터 받은 돈”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박 후보가 “막막한 상황에서, 경황 없는 상황에서 받았다. 나중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답하자, “나중에라고 하지 말고, 지금 환원하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진행된 토론에 대해 동아일보는 5일 ‘지지율 0.7% 후보에 휘둘린 티브이 토론’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이 후보와 텔레비전 토론 방식에 대해 싸잡아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지지율 1% 이하의 한 후보로 인해 18대 대선 첫 티브이 토론회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3면 ‘이정희의 독설 쇼’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이 후보가 “기필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 ‘난 한 놈만 골라 팬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도 2면 머리기사 “대선 티브이토론의 추락…0.2% 이정희 ‘억지·막말’ 논란” 기사에서 “18대 대선의 첫 티브이 토론회는 ‘판을 깨러’ 나온 0.2% 후보에게 무대를 제공한 꼴이었다”며 “18대 대선의 첫 티브이 토론회를 우롱했다”고 이 후보를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3면 머리기사 ‘이정희 “나는 박근혜 떨어뜨리려 대선 나왔다”’ 기사에서 이 후보가 박 후보를 향해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 이름 박정희. 뿌리는 숨길 수 없다. 대대로 나라 주권 팔아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애국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인격 모독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후보의 말을 “토론 분위기를 흐린 거친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조·중·동의 보도에 대해 누리꾼들과 전문가들은 군소정당 후보도 규정에 따라 토론 참여가 보장돼 있는데도 토론판을 무력화시켰다고까지 한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의 토론 태도가 다소 공격적이기는 했지만, 논쟁이 벌어지는 토론회의 성격상 자연스러운 면이 있는데도 정색을 하고 비난하는 것은 박 후보를 지지하는 조·중·동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트위터 아이디 @oge***는 “저격수 이정희에 짜증난 조중동”이라고 했고, 트위터 아이디 @dja***는 “‘공격’이라면 몰라도 ‘비방’은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잖아?”라고 꼬집었다. 앞서 토론이 끝난 4일 밤에도 조·중·동의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한 듯한 누리꾼들의 글도 눈에 띄었다. 트위터 아이디 @dog***은 “조·중·동이 이정희 죽이기 할거 같은데요? 낼 조간이 기대됨”이라고 썼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있었다면 지적할 수 있겠지만, 공격적인 지적에 대해 토론 참석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토론이라는 것은 참석자들이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지지율에 비해 발언 기회가 많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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