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노조 파업이 8일로 100일을 맞은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문화방송 노조 사무실에서 좌담회가 열리기에 앞서 참석자들이 100일 기념 문화제 걸개그림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명준희씨, 양재연씨, 김민식 피디(노조 부위원장), 이용마 기자(노조 홍보국장).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MBC 파업 100일 노조원-시청자 좌담
“파업보도 않는 언론 보며 쌍용차노조 심정 공감”
“파업보도 않는 언론 보며 쌍용차노조 심정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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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장기화되니 짜증, 예능피디까지 나서나
시청권 침해엔 깊이 사과, 권력비판 원래 ‘광대’ 역할 양재연(이하 양) 파업이 장기화되니 예능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시청자로서 짜증도 난다. 대체 언제쯤 <무한도전>, <우리 결혼했어요>를 볼 수 있나? 재방, 삼방까지 보며 ‘공정방송 사수도 좋지만 내 시청권은 박탈당해도 되나’라는 의문이 든다. 예능 피디도 모두 파업해야 하나? 김민식(이하 김) 시청권을 침해한 부분에는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처음 예능·드라마 피디들이 파업에 동참했을 때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파업은 보도·시사교양국에 맡기고 우리는 딴따라로서 시청자 만족을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었다. 그러나 ‘딴따라’는 반골 기질이 있어야 한다. 옛날부터 광대의 역할은 단순히 웃기는 게 아니었다. 웃음을 빌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광대의 임무다. 김태호 피디가 만든 ‘무한도전 파업특별편’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나. 양 파업을 거치면서 자신이 만들던 프로그램이 망가지기도 할 텐데…. 김 사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다. 보고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늘 있던 사람이 없는 그 자리는 누가 채우든 빈자리’라는 시를 지하철에서 봤다. 울컥 눈물이 났다. 우리 얘기 같아서…. 한 시청자는 파업 지지를 위해 시청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런 운동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우리 피디들일 것이다. 양 석달째 무임금 아니냐. 난 아이 셋 둔 아줌마로서 노조원들의 살림살이도 걱정되더라. 이용마 홍보국장은 쌍둥이 아들도 있는 걸로 안다. 이용마(이하 이) 지난달 5일 해고를 당하면서 퇴직금이 나왔다. 불법파업이라며 월급은 안 주면서 퇴직금은 즉각 정산했더라. 혹시 내가 복직할까봐 그런가? 하하하. 아내는 별말이 없다. 평소 ‘기자는 단순히 월급쟁이가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해줬던 터라 고맙다. 노조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노조 차원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자금을 융통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양 시사평론가 탁현민씨가 주도한 1천원 모금도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얼마나 모였고 어떻게 쓰이고 있나? 이 지난 2일 정영하 위원장 이름으로 계좌가 개설됐는데 일주일도 안 돼 2500만원 이상 모금됐다. 모두 투쟁기금으로 쓴다. ②“지난 4년 보도 어땠나”-“아픈 말이면서 억울하기도”
편파·왜곡보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
‘MB 사저’ 청와대 해명만, 4대강은 아예 보도 못해 양 파업이 100일을 맞는데도 왜 파업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도 많다. 이 2010년 3월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대표적으로 <피디수첩>이 많이 망가졌다. 최소한의 중립을 지키기는커녕, 정권한테 예민한 사안은 아예 보도를 못 하게 하거나 축소 보도를 하게 만드는 행태가 넘쳐났다. 공영방송이 망가지는 것을 참지 못해 파업을 결의했다. 애초 파업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양 어떤 부분을 편파·축소·왜곡 보도라고 판단했나? 이 대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보도를 들 수 있다. 인터뷰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청와대는 ~라고 해명했습니다’라는 식이었다. 군사독재 시대인 1980년대에 흔히 쓰던 방식이다. 내곡동 사저 문제와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 사저 문제를 비교해보자. ‘봉하마을 사저는 아방궁’이라는 비난이 들끓었을 때에는 기자가 봉하마을 주민들과 부동산 업자들을 꼼꼼히 인터뷰해 ‘실상은 ~하다’라고 보도했다. 4대강 문제 등 아예 보도조차 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명준희(이하 명) 전에는 제대로 보도했다는 말인가? 이명박 정부 4년 동안의 보도에 대한 반성은 없나? 김 그렇게 말하면 아프다. (이 기자를 보며) 솔직히 아프잖아? 안 그래? 하하하. 이 아프기도 하지만 억울하기도 하다. 1987년 문화방송 노조가 생기고 열한번 파업을 했는데 다섯번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2년 전 김 사장이 낙하산으로 올 때에도 39일 동안 파업했다. 국민들이 ‘문화방송은 순응하는구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저항했다. 양 노조가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 초반에는 내부 투쟁 동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남용과 재일동포 무용가 ㅈ씨와의 특수관계 취재 등에 몰입했고, 이것이 우리 구성원은 물론이고 일반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방송 팟캐스트 <제대로 뉴스데스크>가 시청자들과 교감하기 위한 대표적인 노력이었다. 제1탄 ‘김재철을 찾아라’ 편은 유튜브 조회수 60만건을 넘겼다. 명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를 많이 쓰는 2030 세대는 파업을 어느 정도 알지만, 이런 소통망을 활용하지 못하는 세대와의 교감 방법도 마련해야 하지 않나? 김 고민이 많다. 홍보 전단을 배포하고 노숙투쟁인 ‘희망 캠프’ 등 광장으로 나가는 시도도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이다. ③“김재철 물러나면 모두 해결?”-“지배 구조 개선해야”
사장 바뀌면 정치적 중립? 파업 끝낼 방법은 뭔가
사장선임·소유구조 개선, 19대국회가 해결 나서야 명 이번 파업으로 문화방송 노조가 자성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파업에 대한 문화방송의 보도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이 많이 반성한다. 그동안 노조 파업은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을 빼고는 대부분 무관심했다. 100일이 넘는 우리 파업에도 조·중·동에 기사 한 줄 나지 않는 것을 보며 예전에 생존권을 걸고 파업했던 쌍용차 노조원 등이 느꼈을 암담함을 우리도 느꼈다. 김 한진중공업에서 고공 농성을 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우리를 격려 방문해 ‘역지사지해라. 노동자로서 각성을 하라’고 충고했다. (무임금 때문에) 1인당 1천만원 이상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교육을 받은 셈이다. 양 김 사장이 물러나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수장학회가 대주주인 문화방송이 과연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그래서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언론관계법을 개정해 문화방송 소유 구조를 바꿔야 한다. 문화방송은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위원장 소유인 셈이니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기가 100일을 살아내면 생명력을 인정받아 100일 잔치를 열어주는 것처럼, 문화방송 노조도 파업 100일을 견디면서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자생력을 얻었다고 믿는다. 명 파업을 끝낼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6월에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문화방송뿐 아니라 한국방송·와이티엔·연합뉴스 등 언론 파업 사태의 해결 논의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대선주자들도 명확한 의견을 밝혀야 한다. 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 진행·정리 문현숙 선임기자 유선희 기자 hyuns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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