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다이크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 전 사장
‘영국 공영방송의 상징’ 그레그 다이크 비비시(BBC) 전 사장
4년 재임 동안 프리뷰 도입 등 혁신
블레어 정부 문건조작 보도로 해임
“종편 출현, 한국 방송 환경에 악영향”
4년 재임 동안 프리뷰 도입 등 혁신
블레어 정부 문건조작 보도로 해임
“종편 출현, 한국 방송 환경에 악영향”
“누가 집권을 하든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 만큼 언론 종사자 특히 경영진은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방송문화진흥회 주최의 ‘공영방송 미래 전략’ 국제포럼에 참석차 방한한 그레그 다이크(사진)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 전 사장은 1일 ‘불편부당함’과 ‘정직’을 공영방송 최고의 가치로 역설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2000년부터 2004년 초까지 4년간 비비시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무료 다채널방송인 프리뷰 도입 등 경영 혁신을 이뤘다. 사립 명문학교를 졸업한 부유층 출신의 역대 사장들과 달리 공립학교를 나와 지역방송에서부터 실력을 다진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비비시가 2003년 5월 영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 참전을 위해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가 존재한다’며 정부 문건을 조작했다고 보도했다가 블레어 정권과 진실게임이 붙자 오보 논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정부의 정보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영방송의 수호자, 공영방송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당시 그의 해임에 반발해 수천명의 비비시 직원들이 거리시위를 벌여 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다이크는 이 사건을 <비비시 구하기>라는 책을 통해 회고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은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결국 신뢰를 다시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그는 “오랜 친구인 블레어의 압력에 굴하지 않아 비비시의 신뢰를 지켰지만 블레어는 정보의 은폐와 축소로 결국 사람들에게 외면당했다”며 “진실은 역사에서 밝혀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방송>(KBS)의 도청 의혹사건에 대해 “루퍼트 머독이 공익을 위해 도청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도 않았고 사실을 은폐한 것이 더 문제였다”며 “결국 4~5년간 지속적으로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배후가 누구이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옹호론자인 그는 한국의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는 “신문은 좌파, 우파 성향이 뚜렷하지만 방송은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영방송들은 종편의 출현으로 시청률을 뺏기는 것뿐 아니라 수입 축소 등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치자의 입맛대로 바뀌는 우리나라 공영방송 사장과 달리 비비시는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정치인이 개입할 여지 없이 독립적으로 선임한다. 지난 20년간 사장 교체는 3번에 그쳤다.
글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글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