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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전망대] 포털 ‘공정성’ 살아 숨쉬려면

등록 2007-11-13 19:58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런 과장과 왜곡은 어리석게도 자신들(조중동)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조중동이) … (우파)경쟁을 전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 이명박씨 편에 서 있음을 자백한다.” 시민사회단체의 대선보도 모니터링이 아니다. 이회창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보수우익의 대표적 논객인 조갑제씨가 같은 보수진영인 조중동의 편파보도에 일갈한 것이다. <조갑제닷컴>의 한 회원은 “2002년 … 노사모도 요즈음 조중동 패거리 같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수신문의 특정후보 편들기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노골적이다. 시종일관 지지율 선두를 달린 이명박 후보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낸 데서 그치지 않고 ‘이회창’ 돌발 변수가 발생한 요즈음은 마치 한나라당 선거캠프를 지면에 옮겨놓은 듯하다.

이와 정반대로 방송은 공정성의 덫에 걸려 있다. 2004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편파성 시비로 인한 위축효과 때문일까. 후보들 간의 기계적 균형에 집착한 나머지 무색무취한 보도로 일관함은 물론 언론사의 ‘대목’인 선거철에 서로 앞다투어 보도해도 시원치 않을 후보자 검증에 요지부동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달리 텔레비전 토론을 기피하는 후보들에게 일침을 놓기는커녕 전전긍긍하는 등 몸을 사려도 너무 사린다.

우리나라 선거보도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된 불공정 보도의 현주소다. 보수신문은 그간의 쉼 없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은 공정성의 포로가 되어 가치판단보다 파편적 사실의 정량적 배합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와중에 사실상 대선보도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포털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서비스가 각 후보를 공정하게 취급하지 않고 특정후보를 옹호한다는 대선미디어어연대의 모니터링 결과가 불을 지폈다.

포털은 현행법상 언론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언론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대선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공정하라고 주문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주요 포털들은 제각기 대선 서비스 준칙을 마련했다. <네이버>는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치우치지 않은 서비스”를, <다음>은 “각 후보 진영의 다양한 의견이 양적, 질적으로 공평하게 서비스에 노출되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제는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에 있다. 공정성의 전제는 객관적이고도 중립적인 저울의 평형점인데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편파성을 이유로 한 비판이, 그 무엇이든 다시 편파성 시비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포털에 대한 공정성 요구는 지금의 보수신문처럼 뻔뻔해지거나 방송처럼 물에 물 탄 맹탕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애당초 공정성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가치라면 그 허울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신흥 언론인 포털은 차라리 기성매체와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하면 어떨까. 정당과 후보자, 그리고 그들이 쏟아내는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독자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해 정당과 후보자들이 그 의제에 진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포털 정도의 구심력이라면 후보들을 좇는 대신 이들이 시민의제에 반응하도록 자동 견인할 수 있지 않을까.

공정하려면 공정성을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로 공정성의 대상을 후보에서 유권자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기성언론이 실천하지 못한 공공저널리즘의 고갱이다.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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