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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젊은 고민’으로 사회공헌 새 패러다임 만들 것

등록 2007-05-14 17:16수정 2007-05-14 18:00

치열한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와중에도 ‘경제정의’를 확산시키고자 활동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연세대 사이프의 김지예 회장(가운데)과 서울대 시에스아르(CSR)네트워크 박동천 대표(왼쪽), 서강대 블랙박스 조원길 회장이 지난 2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치열한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와중에도 ‘경제정의’를 확산시키고자 활동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연세대 사이프의 김지예 회장(가운데)과 서울대 시에스아르(CSR)네트워크 박동천 대표(왼쪽), 서강대 블랙박스 조원길 회장이 지난 2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19돌 창간특집] 다른 금융 다른 사회
대학 동아리 회장 좌담
요즘 대학생 돈되는 것만 관심…기업의 ‘책임’ 배울 곳 없어
‘자선사업’ 넘어 사회적 가치창출 중요성 알리고 실천하고파
‘나’와 ‘우리’의 가치가 서로 맞부닥치는 지점에서 고민이 커지고 희망도 싹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두는 대학 동아리 회장들이 지난 2일 한겨레신문사에 모였다. 연세대 사이프의 회장 김지예(경영학과 4년)씨, 서울대 씨에스아르(CSR) 네트워크 대표 박동천(사회복지학과 대학원 1년)씨, 서강대 블랙박스 회장 조원길(경제학과 3년)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나날이 기업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정작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밝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들의 이해는 깊고도 새로웠다. 사회는 <한겨레> 경제부문 김진철 기자가 맡았다.

■ 사회=요즘 대학가에 주식투자 동아리가 인기가 매우 높다는데, 왜 이런 분위기와는 상반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모든 사람이 공평한 경제적기회 가져야”

연세대 사이프 회장 김지예
연세대 사이프 회장 김지예
김지예=예전에는 마케팅이 돈이 된다고 하니까 마케팅 동아리도 많이 생기고 사람들이 몰렸는데, 이제는 금융이 돈이 된다고 하니까 또 그쪽으로 몰리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런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저희 동아리는 모든 사람들이 공평한 경제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예요. 학내에서 인기가 많은데, 대학생들이 경쟁의 정점에 놓여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온 뒤엔 더 치열한 취업 경쟁을 앞두고 있잖아요. 이런 경쟁 피로감이 탈출구를 찾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이프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기르면서 동시에 주변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에 많은 학생들이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박동천=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생각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추는 논의, 특히 교육 부문은 대단히 척박한 게 현실입니다. 제 경우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배울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동아리를 만들게 됐죠. ‘사회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틀로 기업을 바라보겠다는 겁니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학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우선 외부에서 관심있는 사람들과 연계해 좀더 활발하게 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조원길=저희 동아리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연구하기보다는 실무적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해 왔어요. 동아리 안에 여러 팀이 있는데, 최근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아동과 노인 복지 같은 부분에 관심을 두고 이런 가치들과 수익을 함께 추구하는 창업에 노력을 기울이는 회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사업 수준 너무 낮아”

서울대 CSR 네트워크 대표 박동천
서울대 CSR 네트워크 대표 박동천
박동천=요즘 대학가에서 금융과 관련된 동아리들이 굉장히 많고 활발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이 그런 활동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찾아내고 있는진 잘 모르겠어요. 이미 시장에서도 기업 활동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활발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는데, 학생들이 현장의 수준도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안타깝기도 하죠.


■ 사회=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사회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기는 한데요, 현재 우리 기업들의 수준은 어떤 것 같은가요?

박동천=우리나라에선 흔히 사회적 책임을 얘기할 때 이른바 사회공헌 사업, 곧 도서관을 짓는다거나, 사회단체에 얼마를 기부했느냐와 같은 사업들의 규모와 수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 정도를 평가해요. 하지만 좀더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환경, 노동과 같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할 때 잣대로 들어가야 하거든요.

김지예=그나마 사회 이바지 활동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대부분 기업들은 당장 1~2년 안에 효과가 있을 부분에만 투자를 해요. 그냥 고아원이나 양로원 같은 곳에 돈을 뿌리는 식이죠. 사회공헌을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팀이 있는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할 때인데요, 사회공헌팀에서 일하고 싶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사회공헌팀을 따로 뽑는 기업이 없더라고요. 기업들은 어떻게 장기적으로 사회에 진정으로 이바지할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단기적으로 이미지를 높일지에만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하나 들어보죠. 하나원(새터민 정착 지원시설)에 있다가 나오는 청소년들은 저희 사이프에서 만든 휴대폰 사용 매뉴얼을 하나씩 들고 나와요. ‘네이트’(휴대전화 인터넷)가 뭔지 몰라서 수백만원씩 요금이 나오게 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된 거죠. 이 작은 매뉴얼 수첩을 만드는 사업에 누가 돈을 댔는지 아세요? ‘공책’(O-check)이라는 소규모 문구기업이에요. 저희가 처음엔 대기업에 제안했지만 무시하더군요.

“동아리서 배운 것 활용할 기회 생기길”

서강대 블랙박스 회장 조원길
서강대 블랙박스 회장 조원길
조원길=외국의 사례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단순한 자선사업이 아니라 사업과 연계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의 사례였습니다. 드림웍스 같은 경우에는 미국 엘에이(LA) 빈곤층 지역에 영화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더군요. 그리고 그 교육을 받은 이들 중 일부는 이 회사에 채용되어 일할 기회를 얻더라고요. 기업 자원을 이용해 이미지도 높이고 사회적 가치도 창출한 거죠.

박동천=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눈에 드러나는 어떤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것과 기업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사회 이바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자신들의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생각해요. 공헌 사업을 사회에 그냥 베푼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공헌 사업과 기업의 가치가 단순한 함수관계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사회=앞으로 대학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질까요?

김지예=대학에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연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사이프 역시 더욱 대학 내에서 큰 힘을 받을 것 같고요. 다만 정말 아쉬운 것은 취업을 하면 사이프에서 얻은 많은 것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데가 없다는 거죠. 제 개인적으로는 돈을 아주 많이 벌어서(웃음), 사회공헌과 관련된 전문적인 재단을 세우고 싶어요.

박동천=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학내 설문조사를 해 보면 학생들 다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쪽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상품 구매나 진로 결정을 할 때 이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지배구조만 연구하거나 환경경영만 연구하는, 특화된 동아리들도 생겨나겠죠. 기업이 실제로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지식 토대를 마련하는 연구를 지속해서, 뭔가 의미있는 구실을 맡고 싶습니다.

조원길=단순히 나 혼자 잘되고자 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높은 수준의 이바지를 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동아리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깊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리/윤은숙 김진철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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