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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 땅에 땀을 묻고 훨~훨 하늘 날다

등록 2007-05-14 16:54수정 2007-05-14 17:14

지난달 26일 공동체에서 만든 대안학교 민들레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노작수업 시간에 모판을 만들다 김인수 대표(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지난달 26일 공동체에서 만든 대안학교 민들레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노작수업 시간에 모판을 만들다 김인수 대표(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19돌 창간특집] ② 공동체운동 ‘위기는 없다’
16년만에 6명서 30여명…‘농촌살림’ 한마음 한뜻
제3세계 소외계층 지원도 “농촌이 새인간상 만들어”

썩어서 만들어진 거름이 새 생명을 기르는 양분이 되듯, 공동체의 희망은 절망의 땅으로 여겨지는 농촌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민들레공동체도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의 작은 농촌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이 공동체는 예수님의 뜻이 담긴 공동체 세상을 만들 일꾼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봄빛이 완연한 지난달 26일 민들레공동체 식구들은 무척 바쁘게 움직였다. 주방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이를 빼고 대부분 논밭으로 나갔다. 올해 문을 연 대안학교, 민들레학교의 학생들도 노작수업으로 모판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모판에 볍씨를 뿌리고 그 위해 황토를 덮는 일이 낯설 법도 하건만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모판 100상자가 금세 만들어졌다.

못자리에서 5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는 학교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스트로베일하우스라는, 짚단과 흙으로 벽체는 물론 지붕까지 만드는 친환경 건물이다.

주민 수 80여 명의 작은 시골마을에 자리잡고 있지만 공동체의 활동 폭은 꽤 넓다. ‘민들레’의 주된 관심은 농촌공동체의 회복이다. 왜 모두들 떠난다는 농촌인가.

85년부터 농촌 봉사활동과 가난한 농촌 교회를 돕는 일을 해 온 김인수 대표는 “땅과 농촌은 생명을 키우는 곳이고, 땀흘리는 협동 노동이 있는 곳이며, 대자연과의 교감으로 영성을 살찌우고 참된 인간을 키우는 토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새로운 인간상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믿는다. ‘민들레’가 농촌공동체 회복에 삶을 바칠 인재를 기르는 데 관심을 쏟는 이유다.

실제 이 공동체는 미래의 농촌 지역 활동가를 기르기 위해 초등학생과 청소년,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민들레학교를 만든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론 농촌 회생을 돕는 유기농업과 유기농산물의 유통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민들레’는 제3세계 농촌도 지원하고 있다. 2000년 캄보디아의 농촌 지역인 ‘따께오’에 공동체 식구인 김기대 유소현 부부를 보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지도자 교육을 시키는 등 농촌 마을 네 곳에서 지역사회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난한 농촌 청년들의 학업을 돕고자 수도 프놈펜에 대학생 기숙사도 만들었다. 인도와 미얀마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민들레’ 식구들은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귀하게 여긴다. 소비와 사치라는 타락한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노동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공동체의 운영 원칙이다. 스스로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아야 제3세계의 가난한 이웃들을 제대로 섬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느 공동체가 그렇듯 민들레도 첫삽을 뜬 지 16년이 지난 요즈음에 들어서야 안정이 됐다. 이 마을 저 마을의 버려진 농가를 전전하다 5년 전 갈전리에 정착한 공동체는 본채·황토방·교육관·창고동 등을 갖췄고, 1천여평의 소유 논을 포함해 7천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 공동체의 씨앗을 뿌린 김인수 대표 권근숙 부부와 청년 네 사람뿐이었던 공동체 식구도 다섯 가정과 대안학교 학생을 포함 30여 명의 식구가 함께 사는 ‘큰가족’으로 성장했다.

“농촌은 생태적, 사회적, 영성적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구원의 장소입니다.” 목회자이기도 한 김 대표가 농촌으로 가자고 외치는 이유다.

산청/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한밭레츠에서 다달이 여는 품앗이 만찬에 참여한 회원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밭레츠 제공
한밭레츠에서 다달이 여는 품앗이 만찬에 참여한 회원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밭레츠 제공

대전화폐공동체 ‘한밭레츠’
돈 없이 ‘두루두루’ 잘살게

‘돈돈돈 돈돈돈 악마의 금전 ~’

1980년대 대학가에서 불렸던 노래 가사의 한 구절이다. 요즈음 이런 노래를 부르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돈은 성공의 잣대가 됐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사회적으로도 가치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돈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사는 대신 마음이 담긴 친절을 주고받을 수는 없을까.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 지역화폐. 현대판 품앗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대표적인 지역화폐는 대전의 한밭레츠다.

한밭레츠 회원인 최정혜(44)씨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과 치과에 자주 간다. 치료비는 대부분 지역화폐인 ‘두루’로 낸다. 내과와 소아과를 갈 때도 3천원까지는 두루로 계산하면 된다. 약값도 1500원까지는 두루로 낸다. 이렇게 두루로 내면 최씨의 계정에는 ‘빚’이 쌓이게 된다. 대신 최씨는 친환경비누와 세제를 만들어 팔거나 동화책 읽어주기, 아이들 행사 때 도우미 활동 등으로 ‘빚’을 갚는다.

지역화폐인 ‘두루’
지역화폐인 ‘두루’
현대판 품앗이 회원 580명
병원~카센터 가맹점 60곳
“자본주의 제도 대체 실험”

지역화폐는 이처럼 재화나 서비스를 교환하는 시스템이다. 물물교환과 다른 점은 맞교환이 아니기에 두루라는 가상화폐가 매개체가 된다. 어떤 회원은 농산물을 팔아서 번 두루로 동화책, 장난감, 배내옷 등 유아용품을 구입한다. 다른 회원은 대금을 가르쳐 주고 번 두루로 자동차 수리비를 결제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두루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천~5천원 이내의 소액은 두루로 결제하고 금액이 클 경우 20~30%는 두루로, 나머지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회원수가 많지 않아 두루의 사용처가 아직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밭레츠의 회원은 580여명. 1999년 처음 시작할 때 70명이었던 데에 견주면 크게 성장했다. 매년 회원 수가 60여 명씩 늘고 있다. 가맹점도 60여 곳이나 된다. 병원, 약국, 한의원, 미용실, 삼겹살집, 카센터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처음 시작됐을 때 수십 건에 불과하던 거래량도 월 300~600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한밭레츠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두루지기 박현숙씨는 “회원들의 삶에서 지역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한밭레츠는 자본주의 제도를 대체할 중요한 실험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전/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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